(시론)절대 음감의 허와 실

입력 : 2016-03-10 오전 10:22:47
오스트리아의 짤스부르크에서 태어난 모차르트는 오페라, 교향곡 등 짧은 생애동안 600여곡을 작곡했으며, 절대음감을 가진 천재 음악가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절대음감을 가지지 못했다면 수많은 곡들을 작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절대음감이란 기준이 되는 다른 소리의 도움 없이 어떤 소리의 높이를 음이름으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은 휴대폰을 누를 때 들리는 소리를 듣고도 전화번호를 알아낼 수 있다.
 
모차르트가 활동하던 시기는 음높이의 표준이 정해지기 전으로서 그 당시 사용되었던 소리굽쇠를 통해 측정해 보면 오늘날의 음높이와 반음정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현 시대의 악보로 모차르트 시대의 음악을 연주하려면 반음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학자도 있다. 음높이가 국제적으로 표준화되기 전에는 악기들의 음높이조차 나라마다 서로 다르며, 성악가들이 부르는 노래의 음정조차 조금씩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각자 교육받고 훈련받은 대로 기억 속에 각인된 것이 바로 절대음감으로서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과 사회 내에서의 통용되는 절대음감이었던 것이다. 결국 모차르트가 가지고 있던 절대음감도 아이러니하게도 엄밀한 의미로 보면 상대적인 절대음감이었던 것이다.
 
절감음감은 6세 이하의 어린 시절에 결정된다고 한다. 절대음감은 선천적인 능력이긴 하나 어린 자녀에게 동요를 들려주면서 시작하는 음정이 무엇인지를 반복적으로 각인시켜 주면 절대음감을 가질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게 된다. 말할 때 음높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중국, 베트남 등의 성조 언어권의 사람들이 유럽이나 미국인 보다 절대음감을 가질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들은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지만 오히려 음악을 즐기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정확한 표준음에 맞춰지지 않은 악기를 다루거나 그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을 들을 때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표준음보다 반음 정도 낮게 조율된 기타 연주를 들을 때 보통 사람에게는 아무 거부감 없이 멋진 음악 선율을 들을 수 있는 반면에 절대음감 소유자에게는 평소에 알고 있던 음계와 반음씩 차이가 나는 음계로 상당히 어색한 음악 소리로 들릴 것이다. 음악의 선율을 느끼기 전에 각각의 음계가 먼저 인식됨으로서 대중가요와 같이 가사가 주가 되는 노래에서 가사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음계만 귓속에 맴도는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오케스트라 연주회장에 가면 오보에의 라음(A)을 기준으로 각 악기를 조율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오보에를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오보에 음에 비브라토가 없고 음정의 변화가 적기 때문이다. 1939년 나치의 홍보장관이었던 괴벨은 음의 국제 표준화를 위하여 A음을 440Hz(A440)로 하자고 최초로 제안했으며, 1953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국제표준기구(ISO)에서 규정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제는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거나 악기제조업체에서 악기를 만들 때 440Hz의 라음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논쟁의 불씨는 남아있다. A440음이 너무 ‘딱딱하다’며 기피하는 작곡가와 음악가도 있고, 국가에 따라 민속음악에서 다른 음을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음악연구가 마리아 레놀드에 의하면 20년 동안 세계각국 수천 명에게 440Hz와 432Hz로 조율된 음악을 들려주고 비교하는 실험을 한 결과 90%의 사람들이 432Hz의 음악을 선호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432Hz 음악을 표현할 때 “완전한, 정확한, 평화로운, 햇살 같은”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했고, 440Hz 음악에 대해서는 “불편한, 억압적인, 편협한”이라고 묘사했다고 한다. 다만, 이런 차이는 실제 악기를 연주해 녹음한 음악을 들려줬을 경우에만 발생하며, 전자음을 이용한 음악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리와 같은 진동파를 시각화하는 싸이매틱스(cymatics) 연구자은 440Hz와 432Hz로 조율한 음악이 각각 수면에 미치는 파장을 분석하면 432Hz쪽이 더 조화로운 모양을 나타낸다고 한다. 조화로운 모양이 우리 신체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432Hz가 자연의 황금비율과의 연관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으며, 인체의 70%를 차지하는 수분에 432Hz의 파장이 치유효과를 나타낸다는 설도 있다.
 
절대음감이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에게는 큰 재능이 될 수 있지만 보통 사람에게 꼭 부러운 능력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음악을 상대적으로 느끼고 감동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김완두 (한국기계연구원 영년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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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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