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건설업계가 '죽음의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률은 여전히 가장 높다. 비용절감을 위한 공기단축 압박과 부실한 안전관리,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불감증 등이 어우러져 중대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9일 발표한 ‘2015년도 산업재해 발생현황’ 통계를 보면 지난해 건설업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자는 2만5132명으로 전체의 27.9%를 차지했다. 이는 서비스업, 제조업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하지만 서비스업과 제조업이 전년에 비해 각각 1638명, 601명 감소한 것에 비해 건설업 재해자 수는 1463명 증가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437명으로 건설업이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전체 사망자 955명 중 절반 수준인 45.8%에 해당하는 것이다. 사망자 역시 서비스업과 제조업은 감소한 반면 건설업은 증가세를 보였다.
건설업 산업재해는 대부분 50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중소규모 건설현장의 경우 단기간의 공사와 안전보건에 대한 낮은 인식 그리고 취약한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재해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 근로자들이 높은 곳에서 추락해 다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건설 현장에 대한 젊은 층의 기피현상으로 인해 건설인력의 노령화가 심화되면서 산업재해 발생률을 높이는 데 일조한 것이다.
지난해 사고 사망재해 발생현황. 자료/고용노동부.
공사비 절감을 위한 장시간 근로 압박도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중소규모 건설시장의 경우 낮은 가격이 수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공사가 시작되면 가능한 비용을 줄이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장시간 근로에 노출되는 근로자들이 늘면서 발생률도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현장의 경우 대기업 현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관리에 대한 감시가 부실하고, 공기 단축을 위해 안전설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은 채 공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그날의 할당 업무를 초과해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곳도 있다"며 "돈이 궁해 일용직으로 현장에 오는 근로자들이 무리해서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도 산업재해 발생률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작업 전 안전관리 요령을 숙지하고 작업에 투입돼야 하지만 현장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사고를 당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의 경우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보험가입이 안 돼 재해를 당해도 보상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산업재해 보상에 있어서 원청과 하청 근로자에 대한 차별도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용이 보장된 원청 근로자에 비해 하청 근로자들은 고용불안으로 인해 산업재해를 당해도 적극적으로 보상 요구를 하기 어렵다"며 "정부에서 발표하는 통계가 산재보험 처리를 기준으로 작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작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사들도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안전캠페인 등 안전문화 확산 노력과 함께 안전관리 시스템 정착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재해를 체계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인증(K-OHSMS 18001)의 건설업 인증유지기업은 2010년 60개에서 2014년 821개로 약 14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산업계의 인증유지기업이 약 8배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증가율이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안전보건공단에서는 건설현장 안전 분야 실무경력이 있는 은퇴자를 활용해 건설현장의 안전상태와 근로자 보호구착용 여부 등을 감시하는 '건설현장 안전보건지킴이' 제도를 도입, 중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강원 강릉시 성산면 강릉~원주 복선전철 철도건설 11-1공구에서 발생한 교각 붕괴 사고 현장.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