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같은데, 실수 같지 않은 알파고 대국 실력

인간이 두지 않는 수로 응수

입력 : 2016-03-10 오후 5:55:17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알파고의 일취월장한 실력에 대해 놀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국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알파고의 대국 실력과 스타일을 두고 "인간이라면 절대 두지 않는 수를 둔다"면서도 "알파고는 실수를 하는 것 같아 보여도 변수를 줄여나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진행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알파고는 모두의 예상을 깨는 수를 두며 이 9단을 제압했다. 알파고는 불과 5개월 전 판후이 2단과 대국을 할 당시 바둑 수준이 프로 2단 정도로 평가됐다. 때문에 이 9단과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밀릴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반면 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의 실력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 8일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는 "알파고가 지난해 유럽챔피언인 판후이 2단을 꺾은 후 피드백을 많이 받고 시스템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결국 이틀간 치러진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 9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실력이 입증됐다.
 
이날 열린 제2국에서는 알파고를 보는 시선이 상당히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대국 초반 알파고가 인간이라면 절대 두지 않는 수를 둬도 해설자들은 실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국이 중반을 지나 종반으로 가도 이같은 분위기는 유지됐다. 전날 알파고의 능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알파고는 현재까지 프로 바둑기사들이 실제로 둔 기보 3000만건을 기본 데이터로 삼아 자체 대국을 수백만번 진행했다. 알파고가 습득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4주를 기준으로 100만 기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후이 2단과의 대국 이후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을 감안하면 500만번 이상의 대국을 연습한 셈이다.
 
알파고의 실력이 순식간에 일취월장할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김 9단은 "판후이 2단 대국 때와 비교해 현재의 실력까지 오르려면 인간으로는 10년이 걸릴 것"이라며 "이제 인간이 인공지능에 한판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해야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진행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 모습.사진/구글코리아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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