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국에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에 불계패를 당한 이세돌 9단이 2국에서도 알파고의 변칙적인 수에 당황하며, 또다시 무릎을 꿇었다. 이 9단은 시합 막바지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불안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다 패배했다.
10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211수만에 패배를 기록했다. 알파고는 시합 내내 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한 수를 많이 뒀지만, 이것이 이 9단을 이기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흑을 잡은 알파고가 우상귀 화점을 차지하며, 시합 시작을 알렸다. 이어 이 9단은 백으로 화점에 놓았다. 3수째에 알파고는 좌상귀 소목을 차지하는 등 기존 기사들과는 다른 상상을 초월한 수가 계속 이어졌다. 때문에, 이 9단은 시종일관 긴장된 표정이었다. 눈살을 찌푸리고, 한숨도 여러 번 내쉬었다.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제2국을 진행했다. 알파고는 시합 내내 변칙적인 수를 통해 이 9단을 당황시키며 승리를 거머줬다. 사진/구글코리아
이날 시합에서 이 9단과 알파고가 보여준 모습은 1국과 비교해 정반대였다. 9일 시합에서는 이세돌 9단이 초반 변칙적인 수를 많이 보여줬다면, 오늘은 알파고가 계속해서 변칙적인 수를 보여줬다. 현장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시합 초반 "어제 이 9단이 먼저 전투를 시작했는데, 오늘은 알파고가 독특한 수를 많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의 이번 시합 컨셉은 '안전'이었다. 이 9단은 알파고의 창의적인 수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최대한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몇몇 수에서는 약 20분 이상 장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시합은 계속해서 엎치락뒤치락했다. 시합 중반에 이르자 알파고는 굉장히 날카로운 수로 이세돌 9단을 여러차례 당황시켰다. 시합 중후반부터는 이세돌 9단에게 유리한 싸움으로 시합의 형국이 바뀌기도 했다. 이 9단은 중간중간 알파고가 두는 수를 보고 여유있게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경기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2시간을 모두 사용한 이 9단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시간과의 싸움이 계속됐다. 이때 알파고는 약 15분 정도의 시간을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초읽기는 1분 내에 한 수를 두어야 하는 바둑 규칙이다. 처음 1분을 초과하면 마지막 1분 초읽기로 들어가고, 여기서 1분을 초과하면 반칙패를 당하게 된다.
끝내기에 들어가면서 부터 알파고는 굉장히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지난 9일 경기 끝내기에서는 다소 약한 모습을 보여준 것과는 매우 달랐다. 유 9단은 "어제 경기에서 알파고가 끝내기에 굉장히 약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오늘 끝내기 실력은 달랐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끝내기에서 이 9단과의 격차를 계속해서 벌려나가며,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유 9단은 "끝내기에서 이세돌 9단이 계속 실수를 하며 손해를 많이 보게 되면서 패배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세 번의 시합을 남겨뒀다. 오는 12일 3국, 13일 4국, 15일 5국이 열릴 예정이다. 12일 열리는 3국에서도 이 9단이 패하게 된다면, 이번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의 승자는 알파고로 결정된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