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그렇지만 국회가 선거구 획정안을 늦게 처리한데 이어 각 당이 공천 과정에서 내홍을 겪고 있어 뚜렷한 구도가 잡히지 않고 있다. 결국 이번 총선은 후보의 인물이나 정책보다는 여야 대립구도 중심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가 등장해 유권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변수는 야권연대 성사 여부다. 현재 보수세력은 새누리당으로 단일화돼 있지만,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으로 표심이 분산돼 있다.
‘일여다야’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 여당이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지난 2일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야권통합을 공식 제안하는 등 야권의 힘을 모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연대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정배 공동대표가 당무를 거부하고, 김한길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까지 수도권 야권연대를 압박하고 있지만 안 대표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좌고우면할 여유가 없다. 재정비해 전진하겠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야권연대 압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안 대표가 끝까지 ‘마이웨이’를 고수할 경우 제대로 된 연대 효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선거판을 뒤흔들 두 번째 변수는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이다. 만약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패한다면 정국 주도권은 야당으로 넘어가 사실상 레임덕에 빠질 수 있어 박 대통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발언해 당내 ‘진박(진짜 박근혜계) 논란’을 자초했고, 이후 수차례 ‘야당이 각종 민생과 경제활성화법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국회 심판론도 제기했다.
지난 10일 정치적 고향 대구를 찾은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경제살리기 행보’라고 주장하지만, 현역 의원들과 각축을 벌이는 '진박' 후보들을 측면 지원하는 행보라는 분석이 압도적이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규정한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그 측근 의원들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사실상 청와대에 의한 공천이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대통령 변수'에 해당한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유승민계 공천학살이 이뤄진다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역풍이 불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 변수는 소위 ‘북풍’, 북한 변수다. 북풍은 보수표를 결집시켜 집권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번 총선 역시 북풍이 불 환경이 마련돼 있다.
지난 1월 북한의 핵실험과 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한반도의 긴장은 최고조로 올라 있다. 한국과 미국은 4월30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군사연습을 하고 있어 긴장 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이러한 안보 이슈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새누리당은 연일 북한의 사이버테러를 강조하며 ‘하나된 국론’을 이야기한다.
이같은 여권의 ‘안보 프레임’에 야당은 ‘경제 심판론’으로 맞서고 있다. 더민주는 최근 ‘여러분 살림살이는 안녕하십니까’라는 핸드북을 출간해 새누리당 집권 8년 동안 국민소득 증가율은 반토막이 난 반면 가계부채는 2배가 되는 등 경제가 곤두박질쳤다는 것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경북 안동시에서 열린 경상북도 신청사 개청식에 참석해 ‘진박’후보로 분류되는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