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가를 준비 중인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수장을 두고 은행권, 금융당국, ICT업계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롭게 설립되는 상황에서 은행권과 ICT업계는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일부 퇴직인사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재취업을 위한 줄대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은 인터넷은행에서 감사나 기타직을 맡으면 기존 당국에서의 전문성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가 퇴색될 것을 우려해 서둘러 인터넷전문은행에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출신의 퇴직공직자 인선을 자제하라는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권의 혁신성을 위해 도입한 인터넷은행에 당국 출신이 영입되면 자칫 설립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퇴임한 당국 인사들이 인터넷은행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금융위가 이러한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이를 제지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은행에 당국 출신이 취업할 경우 사전에 채용 사유를 금융위에 보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은행권과 ICT기업 또한 인터넷은행장에 내심 욕심을 내고 있다.
은행권은 꾸준히 인터넷은행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중은행장들은 지난해 7월 임종룡 금융위원장과의 만찬에서 주요 은행들이 지분을 나눠가지고 공동 운영하는 형태의 인터넷은행 운용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은행장은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로 은행들이 나서게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ICT업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사업 추진부터 현재 준비법인 대표가 ICT업체 출신인 만큼 차기 행장에도 ICT 출신이 선임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다만 ICT업계는 현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 없이는 쉽게 ICT 출신 은행장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장의 경우 인터넷은행의 주주가 선임하는 만큼 ICT업체의 지분율이 중요하지만 현행 은행법으로는 10% 이상(경영권의 경우 4%)의 지분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은 10%에 불과하다. 반면 금융권인 한국투자금융지주(54%)와 국민은행(10%)은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뱅크에서 KT의 지분도 8%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KT의 의결권은 4%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카카오와 KT는 모두 은산분리 규제완화가 포함된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1대 주주로 올라서는 약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ICT업계 관계자는 "현재 1차 인력구성만 완료된 상태로 아직 은행장 선임 논의가 수면위로 나오지는 않은 상태"라면서도 "임종룡 위원장이 금융권의 혁신성을 위해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키려고 하는 만큼 ICT업체 출신이 은행장을 맡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은행법 통과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은행장 선임을 두고 금융당국, 은행권, ICT업계가 출신 수장을 뽑기 위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카카오, KT 본사, 금융위, 국민은행, 우리은행 본사.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