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해외항만 개발사업이 건설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빗장을 연 이란을 비롯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으로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항만 개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해양수산부 등 정부에서도 본격적으로 지원에 나서면서 건설사들의 최대 고민인 파이낸싱에 대한 문제도 원활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조사 결과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총 57조달러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개도국 기준 항만개발에는 매년 412억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됐다.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통한 해상물류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항만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탓이다. AIIB는 2020년까지 매년 아시아 지역 전체 인프라 투자 7300억달러 중 항만개발이 전체의 7~8%(약 580억달러)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동지역 플랜트 감소를 대체할만한 시장을 찾고 있는 건설사들에게는 새로운 먹거리인 셈이다.
항만개발 투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정부도 가세했다. 지난 8일 해양수산부, 항만공사, 항만건설 및 운영회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국민은행 등이 참여하는 ‘해외항만개발 지원협의체'가 출범했다.
협의체에서는 민간기업의 시장조사, 국제개발은행(AIIB, ADB 등) 발주 사업, 해외 발주정보 등을 바탕으로 유망 프로젝트를 발굴한다. 이를 통해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가 선정되면 경쟁력 있는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코리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민간은행은 각종 금융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협의체는 우선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예상되는 이란을 비롯해 항만개발 수요가 높은 미얀마, 캄보디아 등 아시아 개도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집중할 계획이다.
그동안 대규모 자금을 앞세워 아시아 인프라 시장을 휩쓸었던 중국과 일본에 대응해 수주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종합상사의 정보력과 항만공사의 항만 운영 노하우 그리고 국책금융기관으로부터 파이낸싱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수주전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협의체에는 회계·법무법인 등 자문단도 포함돼 있어 저가수주 등 수익성이 좋지 않은 프로젝트를 사전에 걸러내도록 했다.
특히 최근 인프라 사업 대부분이 자금 조달 등 파이낸싱을 조건으로 발주를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동안 건설사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가 줄게 되는 셈이다.
건설사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주 협의체 출범 이후 참여를 문의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개도국 인프라 시장의 경우 이미 중국과 일본이 선점하고 있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건설사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에 비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중국과 일본이 뿌려놓은 씨앗이 많은 만큼 직접적인 수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빗장을 연 이란을 비롯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으로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항만 개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7월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을 펠리페 왕세자(왼쪽)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이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한진해운.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