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움직이는 사람들

입력 : 2016-03-17 오후 10:40:38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취임 후 서서히 부상하며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 김 대표 본인과 박영선 의원(비상대책위원회 위원), 김헌태 공천관리위원,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 손혜원 홍보위원장 등이다. 더민주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좌우한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이다. 
 
김종인 대표 취임 전 더민주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탈당파 의원들의 기세는 급기야 국민의당 창당으로 이어졌고 교섭단체(20석) 구성도 손쉽게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문재인 당시 당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해 12월7일 이후 45일 간 당무를 거부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문 대표는 김 대표를 주축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에 전권을 넘긴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광폭 행보’라고 불릴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취임 첫 지방 일정이었던 광주에서 김 대표는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1980년 민주화운동 당시 목숨을 잃은 윤상현 열사의 묘비 앞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한 논란이 일자 보여준 행동이었다. 5·18 민주화운동 단체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국보위 참여 전력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남북관계, 노동문제 등에서는 그간 더민주가 견지해온 기조와 다른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달 9일 전방 군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 대표는 “우리 경제가 더 도약적으로 발전하면 언젠가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는 말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8일 민주노총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노조가 사회적 문제에 집착하게 되면 근로자 권익보호는 소외되는 분야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들이 기존 더민주의 정체성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김 대표는 “일관성이 밥 먹여주냐”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더민주의 총선 공천 과정에서 비난을 받자 "정무적 판단"이라는 말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 이른바 ‘친노좌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의원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정청래 의원의 공천 배제가 결정되자 더민주 핵심 지지자들의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평소 김 대표와 가까운 사이였던 박영선 의원은 김 대표 취임 후 비대위원으로 중용됐다. 비대위 회의에서 박 의원은 김 대표 옆자리에 앉고 있으며 지난 12일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김 대표를 비롯해 이인영·노웅래·한정애 의원 등 다수의 현역의원이 참석하며 그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일각에서는 박 의원이 공천 과정에서 이른바 친노 자르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3일 최재성 의원이 “최근 공천 과정을 놓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는 말을 한 것을 두고 박 의원 등을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4일 공개된 팟캐스트 방송에서 “박 의원 사무실은 문전성시다. 비례대표는 물론 지역구 공천을 받고 싶은 사람들이 다 여기 줄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 영입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입당 기자회견에서 “핫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하게 사라지겠다”는 말을 남겼다. 뉴파티위원장을 거쳐 현재 총선기획단 전략기획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도 정청래 의원 컷오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소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팬카페에 남긴 글에서 “더민주 당헌은 총선기획단이 공천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해 공천관리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내가 공천에 관여할 권한은 없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된 정청래·이해찬 의원 컷오프 결정도 공관위가 내리고 비대위가 추인한 것일 뿐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김헌태 공천관리위원 겸 정세분석본부장은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시절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매시스컨설팅 대표 등을 역임한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컨설턴트다. 그도 최근 더민주 현역의원들의 컷오프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지난해 7월 문재인 전 대표에 의해 영입된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총선을 앞둔 더민주의 로고송, 홍보티셔츠 제작 등 홍보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브랜드 네이밍 컨설팅업체 ‘크로스포인트’ 대표로 있으며 업계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가 정치권에 입문한 데는 문 전 대표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중·고교 동창(숙명여중·고)이라는 인연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손 위원장은 최근 더민주의 컷오프 사태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글로 남기기도 했다. 정청래 의원이 컷오프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서라도 살아 당으로 돌아와달라’고 말했던 그는 페이스북에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라고 한 것) 해당행위 맞다. 그렇게 해서라도 상처 입은 분들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는 글을 남겼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앞줄 왼쪽)가 12일 오후 서울 구로구에서 열린 박영선 당 비대위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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