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당국이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가계부채 대책의 하나인 주택연금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가계부채 비중이 가장 큰 중장년층은 두고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대책에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4월 총선을 의식해 실체가 아닌 꼬리 잡기에만 힘을 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3일 금융위원회는 '주택연금 활성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고 현장 전문가와 주택연금 가입자의 의견을 수렴했다. 주택연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평가를 통해 이 정책이 지닌 장점을 본격적으로 홍보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당장 가계부채가 역대 최고치에 이른 상황이라, 주택연금 활성화가 거침없이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분기 중 가계빚은 1207조원으로 1년 전보다 121조7000억원(11.2%)이나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1년 새 100조원 넘게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연간 최대 증가폭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정부의 부채감축 정책이 너무 한 연령대에만 집중돼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난도 불러왔다. 부채감축 방안이 너무 노령층에만 집중돼 정작 부채 비율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장년층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0대와 50대의 부채 보유 비율은 각각 30%, 32% 총 62%로 절반이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활성화에 나서는 주택연금의 주요 대상인 60대 이상은 모두 23%에 그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연금 제도가 노년층 복지와 가계부채 감축을 염두에 둔 것과 달리 중장년 층에는 이렇다 할 부채 감축 정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그나마 중장년을 위해 능력대로 나눠 갚는 금융관행 정책이 진행 중이지만, 이는 부채감축을 위한다기 보다는 빚 돌려막기를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선을 앞두고 정권의 입맛에 맛는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노령층에만 혜택이 집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앞서 금융당국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 시점을 정할 때 수도권은 1월, 지방은 5월로 했을 때 나왔던 지적과도 일맥상통한다. 금융정책에 정치적인 고려가 개입됐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노령층을 위해 마련됐다는 주택연금 마저도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택가격 측정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주택연금에 대한 불신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연금은 소유한 집값과 연동해 연금 수령액이 정해지는 구조라 주택의 현재·미래 가치를 측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원은 "주택연금은 방향성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나, 구체적인 상품 설계는 좀 더 정교해 져야 할 필요가 있다"며 "가령, 향후 주택 가격이 2% 오른다든지 하는 추측이 주택연금 안에 포함되 있는걸로 아는 데 사실 주택가격 추이는 쉽사리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연금수령액이 줄어들어 주택연금의 매력도가 떨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주택가격은 떨어지면 떨어졌지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는 수요도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