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인수금액이 예상보다 높게 책정되는 분위기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강력한 인수의지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외이사들이 유임되면서 든든한 지원이 예상되고 김옥찬 사장의 인수 노하우도 한 몫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강력한 경쟁자인 미래에셋증권이 불참한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이 6곳의 현대증권 인수 후보자 중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보다 높은 인수가액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많은 배팅금액을 제시할 수 있는 KB금융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그룹이 매각하는 현대증권 지분은 22.56%다. 23일 종가(6820원)로 계산하면 약 36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치면 인수가액은 대략 5000억원이다.
하지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등으로 인수액이 7000억원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인수 참여자는 청구권자보다 많은 액수를 적어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이 때문에 당장의 입찰보증금 300억원 마련도 부담인 사모펀드들은 인수에 쉽게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A 시장에서는 사실상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의 2파전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예상보다 2000억원이 늘어난 인수가액을 한국금융지주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은행지주에 더 관심이 많은 상황"이라며 "당초 예상보다 2000억원가량 인수가액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를 감안하면서까지(한국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에 적극적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KB금융은 상황이 다르다. 입김이 센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최근 유임되면서 이번 인수에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지난달 26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사외이사 7명을 전원 유임시키로 했다. 이들은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이들 사외이사를 공식 선임할 예정이다.
사외이사가 유임된 만큼 이들이 이사회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KB금융의 경우 이사회 구성원 7명 중 윤 회장, 이홍 국민은행 부행장을 제외하면 모두 사외이사다. 그만큼 사외이사의 지원이 불가피하다.
인수합병(M&A)과 비은행계 전문가인 김옥찬 사장 선임으로 두터운 실무진 구성도 가능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서 대우증권 인수전 당시에도 사외이사들이 대우증권 인수금액 한도를 넉넉히 책정하는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사외이사들이 유임된 만큼 윤 회장이 대우증권 인수 실패를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매물로 나올 대형증권사가 현대증권 밖에 없고 경쟁자인 미래에셋이 불참한 상황에서 윤 회장은 과감한 배팅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증권은 자기자본 3조2000억원으로 KB금융이 인수에 헝공하면 자기자본 규모가 3조9000억원대로 증가한다. 이는 한국금융지주(3조3000억원)를 제치고 업계 2위 수준이다.
◇KB금융이 미래에셋 불참, 사외이사의 든든한 지원으로 현대증권 인수의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KB금융 본사.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