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어희재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와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3개월 앞두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공포가 다시금 커지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또 한 번 크게 하락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파운드 가치는 전날보다 0.3% 하락한 파운드당 1.4095달러를 기록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이틀 동안 2.5% 급락했다.
통화 선행지표인 3개월 파운드·달러 통화옵션의 내재변동성은 14.70%를 기록해 2010년 이후 최대치까지 올랐으며 3개월 유로·파운드 통화옵션 역시 6년 9개월래 최고치인 13.70%를 기록했다.
통화 옵션은 보유자에게 미래의 특정 날짜에 미리 설정된 환율로 통화를 매수, 매도할 수 있는 권리인 동시에 해당 기간 내 변동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로이터는 3개월 통화옵션 변동성 지표에 3개월 이후 투표 결과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즉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감이 본격적으로 파운드화 전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우려가 커진 것에 대해 대내외적으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브뤼셀의 연쇄 테러 영향력이 지적됐다. 파운드스털링닷컴은 벨기에서 발생한 테러가 영국 여론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극단주의 이슬람세력(IS)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가운데 EU 이민 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에스더 레이첼트 코메르츠뱅크 전략가는 “EU 공동체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위축됐으며 이는 파운드화 전망의 불확실성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영국 내부 균열도 반영됐다. 지난 18일 이언 던컨 스미스 영국 고용노동부장관은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제기한 장애인 보조금 삭감안에 항의해 장관직에서 사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스미스 장관이 브렉시트 탈퇴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그의 사임이 보수당과의 균열을 부추겨 브렉시트 전망을 어둡게 했다고 말했다.
앞서 브렉시트 지지를 선언한 보리스 존슨 런던시장의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영국 의회 재무위원회에 참석한 존슨은 최근 저명한 인사들이 우려하는 브렉시트 시 영국의 경제적 충격에 대해 묻자 “영국이 EU를 탈퇴해도 경제는 전혀 충격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금융업의 번영 등 영국의 경제적 안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민투표를 앞두고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브렉시트 우려를 키우고 있어 파운드화가 추가적으로 더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줄리어스베어 금융그룹은 여론이 EU 탈퇴로 기울 경우 파운드·달러 환율은 파운드당 1.25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 10파운드 화폐에 그려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초상. 사진/로이터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