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스 끌어내린 데이, 이번엔 '롱런'할까

데이, '19주 천하' 스피스 누르고 1위 탈환

입력 : 2016-03-29 오후 12:09:45
[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이번엔 좀 더 길게 자리를 지킬까. 마침내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선 제이슨 데이(호주)와 '19주 천하'를 마감한 2위 조던 스피스(미국)의 치열한 싸움이 볼 만해졌다. 1위보단 2위가 익숙했던 데이가 이전 두 번의 실패를 뒤로하고 이번엔 롱런할지 관심이 쏠린다.
 
데이는 28일(한국시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12.5268점을 받으며 스피스(11.0647점)보다 1.4621점 앞선 1위를 차지했다. 3위는 이 둘과 함께 남자골프 '빅3'로 자리 잡은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9.3621점)가 기록했다. 이번 주 전까지만 해도 1위 자리는 스피스 차지였지만 대세가 하루아침에 뒤바뀌었다. 최근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이 열풍'에 19주 연속 1위를 달리던 스피스도 맥없이 무너졌다.
 
지난 시즌 5승을 챙긴 데이는 올 시즌 초반 부진하며 세계랭킹 3위까지 추락했지만 최근 2주 연속 우승을 따내며 전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데이는 지난주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올 시즌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28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플레이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4강전에서 맥길로이를 꺾어 기쁨은 두 배였다. 이번 대회 허리 통증까지 이겨낸 부상 투혼으로 단 2주 만에 세계랭킹을 두 계단이나 끌어올렸다.
 
데이에게 누구보다 기다려왔을 시간이지만 여기서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데이는 지난해 9월21일 생애 처음으로 1위에 올랐으나 당시 고작 1주일 만에 다시 스피스에게 자리를 넘겨주며 '1주 천하'에 그쳤다. 이후 10월19일 다시 선두를 탈환했지만, 이번에도 11월9일까지 약 3주만 자리를 지킨 뒤 스피스에게 밀렸다.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지 못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두 차례나 1위 자리를 얻고도 조기에 반환하며 '짧은 영광'을 얻는 데 만족했다.
 
이번 1위 등극은 데이로서는 개인 통산 세 번째 영예다. 무엇보다 이번만큼은 좀 더 길게 1위를 끌고 가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데이는 델 매치플레이 우승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매우 짜릿하다. 잊지 못할 한 주"라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7일 시작하는 올 시즌 PGA 투어 첫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를 겨냥해 "늘 우승하길 원하는 대회다. 지금에 만족할 수 없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데이가 노리는 마스터스는 세계랭킹을 결정하는 포인트 배점이 가장 큰 대회다. 데이가 마스터스까지 접수한다면 이전 '1주 천하'. '3주 천하'에서 벗어나 이번만큼은 롱런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스피스나 맥길로이에게 우승을 내준다면 다시 세계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 1위 다툼을 위해선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전이다.
 
경쟁자들도 '칼'을 간다. 1위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스피스는 지난해 11월부터 1위 자리를 지킨 최강자로 지난 시즌 5승 달성과 상금왕 등극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고 올해 첫 대회였던 지난 1월 열린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정상에 올랐다. 델 매치플레이 16강 탈락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마스터스에서 만회를 노린다. 맥길로이도 마스터스 개막 전 열리는 친선 경기인 파3 콘테스트 불참을 선언하며 벌써부터 컨디션 조절에 나섰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1위 싸움은 선수들에겐 피 말리는 싸움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팬들에겐 짜릿한 재미를 선사한다. 우즈 시대가 저물고 PGA 새로운 맞수 구도를 형성한 셋의 싸움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시간이 갈수록 더 치열한 열기를 내뿜으며 최고를 향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제이슨 데이가 28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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