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이분들과 손잡고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 하겠다. 다시는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다.” 투표일 하루 전인 지난 12일 저녁 자신이 영입한 서울 도봉을 오기형 후보 지원유세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내비친 포부다. 하지만 정권교체는 가능할지 몰라도 그 주인공이 문 전 대표가 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과반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완패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광주를 방문해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미련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전국을 도는 와중에도 호남을 두 차례나 찾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순천과 전주에서 사죄의 큰절을 하기도 했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광주·전남은 물론 당초 우세가 점쳐졌던 전북에서도 대부분 의석을 국민의당에게 빼앗기면서 문 전 대표는 자신의 말을 책임져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호남의 '문재인 비토'가 뚜렷해진 이상 '기호 2번'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노무현 정부가 호남 인사들을 배척했다는 이른바 ‘호남홀대론’이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 각계각층에서 지적됐지만 이를 뛰어넘지 못한 결과를 얻은 점은 문 전 대표가 정치를 지속할 경우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도권에서의 선전으로 더민주 의석 수가 100석 이하로 내려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은 위안거리다.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표가 “20대 총선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한 점은 어느 정도 선방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호남에서의 결과만으로 문 전 대표의 거취를 판단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12일 오후 광주 광산구 수완지구 광주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여성단체 대표들을 만나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