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불황의 역설이 주택시장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거래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주택 매매시장은 소강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경매시장에서는 역대 최대 응찰자수를 기록하는 등 호황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급등한 집값 부담에 시세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7만78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1869건)과 비교해 30.4%나 급감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거래량(8만6000여건)보다도 9.9% 낮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5만8242건에서 3만8311건으로 34.2%, 지방은 5만3627건에서 3만9542건으로 26.3% 각각 줄며 지방에 비해 수도권의 감소폭이 컸다.
특히, 아파트는 같은 기간 38.0%의 감소세를 기록하며, 연립·다세대(-12.3%), 단독·다가구(-11.3%)보다 하락폭이 컸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지난달 전국 주택거래량이 급감하는 등 매매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있지만 경매시장에는 역대 최대 응찰자가 몰리는 등 호황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주택매매거래량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경매시장에는 낙찰 받으려는 수요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최근 계속되는 전세난에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 경매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전국 주거시설 평균 응찰자수는 전달(5.7명)보다 0.9명 늘어난 6.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1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 기록이다. 이전 최고 기록은 지난해 3월 기록한 6.5명이었다.
경매시장으로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평균 낙찰가율도 전달(84.8%)보다 0.03%p 상승한 85.1%를 기록했다.
특히, 지방보다는 매매거래가 감소폭이 더 큰 수도권에서 경매열기가 더 뜨겁다. 주택시장 침체기가 곧 경매시장 호황기라는 불황의 역설이다.
지방의 경우 낙찰가율이 2월 85.8%에서 지난달 83.7%로 줄었지만 수도권은 같은 기간 84.4%에서 85.6%로 오히려 증가했다. 서울은 낙찰가율이 전달(88.0%)보다 2.2%p 상승한 90.2%를 기록하며 2달 만에 다시 90%대 낙찰가율을 회복했다.
지난달 경매가 진행된 서울 성북구 종암동 SK아파트 전용 84.7%의 경우 38명이 몰리며 감정가의 103%인 3억6553만원에 낙찰됐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경매시장은 감정이 저평가된 물건이나 여러 번 유찰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물건들에는 어김없이 수십 명의 응찰자가 몰리면서 고수익 낙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서울의 경우 최근 1년 동안 가장 많은 응찰자수를 기록하는 등 시세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