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지난 시즌 도중 잠실에서 문학으로 떠난 정의윤(30·SK)이 작심했다는 듯 올 시즌 타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9일까지의 경기를 기준으로 15경기에서 19타점(1위)을 올리는 동시에 홈런 4개(2위)를 곁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kt와 원정 경기에서는 만루 홈런을 포함해 6타점을 몰아치며 SK의 10-6 대승을 이끌었다. '4번 타자' 정의윤은 그야말로 만점 활약이다. 득점권에서만 타율 0.467(15타수 7안타)를 기록하며 1홈런 13타점을 쳐냈다. 10개 구단 4번 타자들을 비교할 때 현재까지는 가장 찬스에서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윤의 이런 활약 속에 SK는 알토란같은 득점을 쌓아나가며 2위(9승6패)를 내달리는 중이다. 2000년대 중반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펼쳤던 선두 두산을 2게임 차로 추격하며 팬들에게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의윤은 최근 활약에 대해 "타격감이 그렇게 썩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중요할 때 한 개씩 나와서 다행인 것 같다"면서 "다른 팀 4번 타자들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찬스 때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고 싶은 마음이 강한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김용희 SK 감독은 정의윤이 지금과 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30홈런 이상을 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윤의 이런 활약에 뼈아픈 건 LG다. 공교롭게도 정의윤은 LG 유니폼을 벗고 SK로 이적하더니 터지지 않는 유망주라는 평가를 깨며 이처럼 맹활약하고 있다. 항간에서는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박병호(미네소타), 2009년 MVP를 차지한 김상현(kt), 국가대표 1번 타자 이용규(한화), 2014년 4관왕 서건창(넥센) 등 LG에 있다가 다른 팀으로 이적해 대성한 선수들과 비교하며 정의윤 또한 LG를 떠나더니 잠재력이 폭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2005년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LG에 입단한 정의윤은 지난해 7월 트레이드를 통해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후 9월에만 9홈런 24타점을 쏘아 올리며 타율 0.320에 14홈런 51타점을 신고했다. SK 이적 후 222타석에서 홈런만 14개를 때려내며 새 팀에서의 첫 시즌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마감했다. 시즌 도중 트레이드였음에도 마치 몇 년을 준비한 선수처럼 확 달라졌다. LG에서 통산 타율 0.261에 그치며 '만년 유망주'로 불렸던 정의윤에 대한 평가도 그때부터 싹 바뀌었다. 8시즌 간 LG에서 뛰며 타율 0.300에 50타점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SK 이적 직후 곧장 이를 뛰어넘으며 4번 타자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의윤은 지난해 연말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기량발전상을 받기도 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SK의 4번 타자 정의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