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민의가 나르샤

입력 : 2016-04-28 오전 11:51:15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올림픽 축제가 올 여름 개최된다. 가장 정열적인 국가, 삼바 춤의 나라인 브라질에서 성대한 지구촌 이벤트가 예고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슬픈 올림픽 시즌을 보내야 할 사람은 공교롭게도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다. 브라질로 오는 모든 귀빈들을 맞이하기에 바빠야 할 대통령이 가장 우울하다니 무슨 말인가. 바로 탄핵의 위기에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2011년 1월 룰라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온 국민의 기대를 받으며 호세프 정부는 출범했다. 서민의 아버지인 룰라 전 대통령의 진일보된 후계자라며 브라질 언론들은 추켜세우기에 바쁠 정도였다. 그러나 불과 2년만인 2013년부터 호세프 대통령의 부정부패와 국정농단에 대한 대국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탄핵에 앞서 직무정지 가능성이 커졌다고 한다. 만약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될 경우 테메르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행 체제에 대해서도 큰 불만을 표출하고 있으며 조기 선거를 통한 대통령 선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8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퇴임한 룰라 대통령의 전폭적인 후광을 받아 등장한 호세프였다. 왜 탄핵을 받을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 답은 국민에 있다. 최근 룰라 전 대통령도 불미스러운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국민들의 믿음이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고 한다. 정치인의 인기와 백만장자의 돈자랑은 뜬구름에 가깝다. 언제 어떤 위기와 후폭풍이 그들을 엄습할지 알 길이 없다. 호세프 대통령은 국민들의 목소리와 사회적 약자들의 울부짖음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한 듯 하다. 탄핵을 주도하는 야당을 원망하기 이전에 자기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완벽한 소통을 자랑해온 룰라와 호세프 쌍두마차의 씁쓸한 뒷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이후 소통의 첫단추로 언론사 보도·편집국장과의 오찬을 선택했다. 국민과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미디어와의 소통을 강조한 건 박수받을만 하다. 2시간 이상 충분한 시간을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청취하는 자리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모든 일에 완벽하고 국가의 모든 일에 전적으로 합리적인 선택만 하란 법도 없다. 국민들이 보고 싶은 광경은 국민들의 하소연을 경청해주고, 실현 가능하거나 합리적인 요구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통령이란 자리도 알고 보면 국민이 만들어 준 자리이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정당 내의 파행적인 권력 대결과 갈등에 일절 개입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대통령이 말하지 않아도 이번 선거에서 공천 막장 드라마를 연출한 새누리당에 대해 국민들은 심판의 메시지를 이미 전달했기 때문이다. 선거 직후인 지난 16일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문화일보 의뢰. 전국 1000명 유무선 RDD 전화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0%.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 확인 가능)에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참패 이유’를 물어본 결과 ‘지도부의 균열과 공천 과정에서의 갈등’이 43.9%로 가장 높았고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 운영’이 32.3%로 뒤를 이었다. 결코 박 대통령과 정부도 이번 총선 참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심은 천심이다. 브라질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봉착한 것도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만만했던 민심의 위반이다. 선거 당선이 임기 동안의 완벽한 국정 운영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칠레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된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임은 철옹성 같았었다. 그렇지만 칠레의 유력 기업인 소시에다드 케미카와 관련된 부패 스캔들은 바첼레트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 물론 당사자는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의심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호세프, 바첼리트 그리고 박 대통령은 묘한 공통점이 있다. 모두 아버지나 전임 대통령의 각별한 후광효과를 엎고 대통령 반열에 올랐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한때 지지율 고공행진 가도를 달린 점도 일치한다. 박 대통령은 70%에 육박했었고 호세프와 바첼레트도 6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세 대통령의 지지율은 모두 곤두박질 쳤고 탄핵이나 레임덕을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고려 말 사회 혁신을 위해 시대정신을 품고 거병한 6인의 삶을 한 방송사는 ‘육룡이 나르샤’라는 드라마로 만들어냈다. 박 대통령에게도 기회는 있다. 그 기회는 반드시 국민의 눈높이와 함께 라야 한다. 말하자면 ‘민의가 나르샤’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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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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