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기업 구조조정 재원을 마련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재정의 역할'이라며 선을 그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9일 서울시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4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구조조정 지원을 위해서 국책은행의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면 이는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로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윤 부총재보는 이어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활용해서 재정의 역할을 대신하려면 사회적 공감대 및 국민적 합의가 형성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기 위해 완화적 정책 기조를 쓰는 것이 금리 정책의 근간"이라며 "구조개혁이 잘 이뤄지려면 거시 경제 여건이 안정적으로 운용될 때만 구조개혁이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한은의 역할이 '통화정책'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윤 부총재보는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필수적 과제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중앙은행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는 시급성 정도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무리 시급해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중앙은행의 기본적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윤 부총재보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주문한 것과는 온도차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구조조정을 집도하는 국책은행의 지원 여력을 선제적으로 확충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한은은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기본적으로는 국내경제의 회복세가 매우 완만하고 물가도 당분간 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한은은 "최근 대외 경제여건 등에 비춰볼 때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므로 앞으로 경기흐름을 더욱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GDP갭 및 고용·제조업의 유휴생산능력지표 변화, 국제유가 동향, 다양한 근원인플레이션 지표의 움직임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한은은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국 금융·경제 불안 등 대외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자본유출 등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에도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지난해보다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예년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만큼 그 추이를 면밀히 점검해 나갈 방침이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