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년 기획)회복기미 없는 한국경제 ‘총체적 난국’

‘마의 1%’ 못 넘는 분기 경제성장률…종합적 대책세워 성장잠재력 키워야

입력 : 2016-05-10 오후 4:19:54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한국 경제가 올해 들어서도 좀처럼 회복세를 띄지 못하고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각 경제 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끌어내린 가운데,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악화됐던 지난해 2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연초부터 재정을 쏟아부었지만 내수와 수출, 투자가 모두 부진하면서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3%대 성장은 커녕 한국은행이 하향조정한 2.8% 성장도 어려워 보인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깊어지는 모습이다. 
 
10일 한국은행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4%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0.7%)에 이어 2분기 연속 0%대 흐름이다. 특히 1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 사태 이후의 수준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도 1%대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1분기 성장률은 올 1월 취임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팀의 첫 성적표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연초부터 소비절벽을 우려해 재정 조기집행 등 실탄을 쏟아부었지만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수출이다. 실제 한은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수출 증가율은 -1.7%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출품의 가격이 낮아진 게 실물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 지난해 성장세를 이어온 국내 제조업 생산 역시 1분기에 0.2% 줄면서 수출 감소에 영향을 줬다.
 
민간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1분기 민간소비는 0.3% 감소하면서 메르스 사태 떄인 지난해 2분기(-0.1%)보다 더 위축됐다. 지난해 말 시행된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소비진작책 약발이 떨어지면서 소비절벽이 나타난 결과다.
 
전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정부의 소비진작책 효과가 크게 나타난 이후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설비투자 역시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 1분기 설비투자는 5.9% 감소했는데, 반도체 제조용 장비·중대형 항공기·승용차 등 주력 수출품 관련 투자가 크게 줄었다. 투자 감소는 추후 생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그나마 성적이 괜찮았던 것은 정부소비와 건설투자다. 정부소비 증가율은 1.3%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된 지난해 3분기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정부가 1분기 재정을 목표보다 14조3000억원 더 끌어쓰는 등 경기 회복을 위해 재정을 조기 집행한 결과다. 
 
건설투자도 5.9% 성장했다. 하지만 건설투자도 상당부분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따른 것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재정 집행이 없었다면 1분기 성장률이 더 하락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처럼 1분기부터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올해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3%대 성장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한은은 지난달 19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8%로 하향조정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끌어내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2.7%로 0.5%포인트나 낮췄고, 한국금융연구원(2.6%), 현대경제연구원(2.5%), LG경제연구원(2.4%) 등도 하향조정하면서 2%대 중반을 예상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이 예상을 벗어나는 극심한 침체를 보이면서 불황이 내수 경기로 전염돼 소비와 투자에 남아 있던 긍정적인 신호들도 소멸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앞으로도 경제 주변 여건에 극적인 반전이 없다면 내수 침체 상황은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 같은 성장세 하락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와 글로벌 교역구조의 변화, 잠재성장률 저하 등 구조적 요인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 되고 있다"면서 "현재의 어려움은 우리나라의 잠재적인 성장능력 저하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전반적인 경제정책의 방향은 단기부양보다는 장기 성장잠재력 제고에 더 맞춰야 한다"며 "구조조정과 규제개혁, 내수산업 육성 등 방향은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실행이 잘 이뤄지지 않는 부문에서 훨씬 과감하고 종합적인 대책과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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