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영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박쥐' 이후로 약 7년 만에 충무로에 돌아왔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제목은 '아가씨'다.
이 영화는 동성애를 다룬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옮긴 작품이다. 박찬욱 감독 명성에 걸맞게 국내 최고의 배우로 꼽히는 하정우, 김민희, 조진웅과 손을 잡았다. 아울러 기획단계부터 '노출 수위 조정 불가'라는 조건을 내걸고 실시된 오디션에서 1500:1의 경쟁을 뚫은 김태리를 포함해 연기파 배우인 김해숙, 문소리 등도 출연한다.
그런 가운데 영화의 홍보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아가씨' 제작보고회가 2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하정우, 조진웅, 김민희, 김태리가 참석했다.
박찬욱 감독. 사진/뉴시스
박 감독은 지난 2013년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 연출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연출작으로서는 3년 만이고, 한국영화로는 7년 만이다. 장고 끝에 돌아온 작품으로 '아가씨'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박 감독은 "와이프와 함께 소설을 읽었다. 나중에 작품을 뭘할지 고민할 때 와이프가 추천하더라. 그래서 그렇게 출발했다"며 "소설을 읽고 완전히 반했었다.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있고, 충격적인 반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영화 중 대사가 가장 많고, 주인공도 넷이나 된다. 영화도 좀 긴 편"이라면서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깨알 같은 잔재미가 가득한 영화다. 제 영화 중 가장 이채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원작인 '핑거스미스'는 1837년부터 1901년까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던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이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에서 100년이 지난 1930년 일제강점기 당시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박 감독은 "그 부분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귀족 아 신분제가 남아있고, 영화에서 정신병원이 등장하는데 근대 기관이다. 봉건질서와 자본계급, 신식 기관 같은 것들을 다 구현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영화 '아가씨' 제작보고회 현장 조진웅-김태리-김민희-하정우-박찬욱(왼쪽부터). 사진/뉴시스
'아가씨'에는 하정우, 조진웅, 김민희, 문소리, 김해숙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등장한다. 이들 사이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배우는 하녀 역의 김태리다. 1500:1의 경쟁을 뚫은 그도 이날 베일을 벗었다. 1500명의 수 많은 여배우 중 김태리를 뽑은 이유에 대해 박 감독은 "영감을 주는 배우"라고 했다.
박 감독은 "여러 스타일의 배우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좋은 배우다. 임자를 만나면 느껴지는 게 있다. 김태리는 본능적인 직감에 의한 선택이었다"면서 "(캐스팅한 이유를) 굳이 표현하자면 자기만의 독특한 것이 있고, 주눅들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와 '박쥐' 이후로 또 한 번 칸 영화제에 초청됐다. 전 세계 약 20여 작품만 초청되는 경쟁 부문에 '아가씨'로 초청을 받았다. 박 감독은 뜻 밖의 결과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솔직히 경쟁 부문에 초대하진 않을 거라 예상했다. 예술 영화들이 모이는 영화제에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모호하고 찜찜한 구석이 남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나"라며 "'아가씨는 명쾌하고 아기자기한 영화다. 미드나잇 정도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는데, 경쟁에 초청됐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봐줄지 기대된다"고 털어놨다.
약 6개월 넘게 함께 촬영을 진행한 배우들은 박 감독을 치켜세웠다. 조진웅은 "영화에 대한 향기가 짙은 감독"이라고 말했고, 하정우는 "단어 하나를 바꾸는데도 엄청난 고민을 하는 정성스러운 감독"이라고 표현했다. 김민희는 "배우들의 역량을 끌어올려주는 분"이라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오는 6월 개봉할 예정이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