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라앉은 건설기업 M&A 시장

동부건설, 본입찰 두 곳만 참여
"쏟아지는 매물에 회계 강화 부담"

입력 : 2016-05-11 오후 3:25:29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올해 초만 하더라도 울트라건설 매각이 순항하자 기대감을 모았던 건설 M&A시장이 시간이 갈수록 경색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상반기에 이미 한 차례 쓴맛을 봤으며 대형 매물로 꼽힌 동부건설(005960) 인수전에도 2곳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침체된 건설경기에다 금융당국의 회계 강화에 따른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마감된 동부건설 매각 본입찰에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등 재무적투자자(FI) 두 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첫 매각에 이어 재차 예비입찰에 응했던 파인트리나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호반건설, 다크호스로 꼽혔던 지역 건설사인 동일 등이 본입찰에 불참하면서 큰 흥행은커녕 간신히 유효경쟁 입찰이 성립됐다. 앞서 예비입찰을 거쳐 입찰참가자격을 최종 확보한 곳은 7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사업영역 확장을 노리고 예비입찰에 나선 중견건설사들이 2000억원대의 매물가격과 건설경기 부진에 부담을 느끼고 본입찰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FI의 경우 향후 시세차익을 낼만한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4월 말 삼라마이다스(SM)그룹 컨소시엄과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 성우종합건설의 경우 당초 1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던 매각가격이 절반인 50억원으로 법원 허가를 받았다. 이는 신탁자산과 담보로 설정된 부동산 자산 등이 제외되면서 낮아진 것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건설경기 침체와 쏟아지는 매물 등 M&A시장 상황 등과 무관하다고 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매각 추진은 잇따르고 있지만 본계약 체결 소식은 울트라건설과 성우종합건설 두 곳에 불과하다. 우림건설과 STX건설은 상반기에 한 차례 쓴맛을 봤고 M&A 마무리를 위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택한 극동건설은 세운건설과의 협상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매물도 넘쳐난다. 시공능력평가 65위인 동아건설산업은 11일 본입찰을 통해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 옛 동아그룹 임원 출신들이 주축이 된 신일컨소시엄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8일 본입찰이 예정된 삼부토건(001470)도 4곳의 인수의향서를 받은 상태며, 시평 29위 경남기업 역시 지난달 말 공고를 내고 매각절차에 들어갔다. 우림·STX건설도 재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건설경기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않은데다 이처럼 비슷한 규모의 건설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M&A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나 올해부터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이 적용되면서 건설 매물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신규주택 분양시장이 이달 들어 다시 훈풍이 불고는 있지만, 일부 업체만 누리는 호황이고, 작년에 비해 SOC 예산 삭감에 따른 공공발주량 감소 등으로 먹거리도 많지 않다는 게 건설 매물의 약점으로 꼽힌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과잉공급 우려, 금융 규제 등으로 대형건설사들도 외형 확장을 자제하고 있는 시기"라며 "매물은 쌓였지만 인수에 나설 만한 큰 손이 한정돼 있는 만큼 제값을 받고 매각을 성사시키기가 쉽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도 관련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회계 강화 방침을 통해 금융당국이 건설사 회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것이라는 게 우세한 분석"이라며 "본 방침이 적용된 원가추정치와 실제 원가가 큰 차이를 보일 경우 분식회계 누명을 쓸 수 있다는 불안감에 부담을 느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 M&A 시장이 몰리는 매물과 회계 강화 방안 등으로 기대와는 달리 냉랭해지고 있다. 이미지는 경남기업 매각공고문. 자료/경남기업 홈페이지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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