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악동뮤지션이 인기 행진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일 새 앨범 '사춘기 상(上)'을 내놓은 악동뮤지션은 앨범 발매와 동시에 더블 타이틀곡 '리바이'(RE-BYE)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로 주요 음원 차트 1위를 싹쓸이했다. 지난 2012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2'를 통해 얼굴을 비친 악동뮤지션은 20세의 오빠 이찬혁과 17세의 여동생 이수현으로 구성된 친남매 듀오다. 'K팝스타2' 출연 당시부터 다양한 자작곡을 선보이고 있는 악동뮤지션은 어린 나이답지 않은 뛰어난 음악성을 선보이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컴백 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악동뮤지션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 살 터울의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사춘기를 막 지난 평범한 또래 남매들처럼 아옹다옹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만큼은 눈빛이 진지해졌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왼쪽)과 이수현은 세 살 터울의 친남매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2년 동안 공백기를 거친 뒤에 앨범을 내놨어요. 소감이 어떤지 궁금해요.
▲(찬혁)그만큼 굉장히 힘들게, 고심해서 만든 앨범이에요. 수정 작업도 많이 했죠. 그래서 퀄리티가 높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어떤 분들은 저희가 이전 앨범에서 보여줬던 순수한 창법이 너무 기교적으로 변했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통해 악동뮤지션이 더 성장했고, 저희가 선보이는 음악이 더 다양해졌다고 말하고 싶어요.
-공백기 동안 어떤 음악적 고민을 했나요?
▲(찬혁)1집 앨범이 나왔을 때 악동뮤지션의 음악은 다 비슷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었고,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 같다는 평도 있었어요. 'K팝스타2' 출연 당시 선보였던 '다리꼬지마' 같은 음악 색깔을 보여드려야 하나, 아니면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 달라진 모습을 통해 저희가 더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드리자고 결론을 내렸죠.
▲(수현)저는 다양한 노래를 들으면서 보컬 연습을 했어요. 팝, 재즈, 알앤비, 트로트까지 들으면서 장르별로 한 곡씩은 꼭 외우고 연습했어요. 여러 가지 창법을 익히고 싶어서였죠.
-앨범 준비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수현)오빠가 빈지노, 지코와 같은 래퍼들의 랩을 좋아해요. 한동안 이분들의 노래에 완전히 빠져 있었거든요. 그러더니 우리 노래의 랩도 다 그분들 스타일로 바꿔서 하더라고요. 그걸 말리느라 애를 먹었어요.
▲(찬혁)나쁘지 않았어.
▲(수현)아니, 나빴어. 노래에 어울리지도 않고. 오빠를 어르고 달래서 랩을 원래 스타일로 바꿨어요. 오빠가 랩을 못하는 것은 아닌데 그런 스타일의 랩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솔로로 하는 걸로 했으면 좋겠어요. 같이 하고 싶지는 않아요.(웃음)
◇악동뮤지션이 새 앨범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새 앨범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앨범을 내기 전에 1등을 해야 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요?
▲(찬혁)1등에 대해 부담감을 가진다기보다는 주위 분들과 팬들의 기대 때문에 부담감이 조금 생기는 것 같아요. "악동뮤지션은 어떤 노래를 내놔도 잘 될 거야"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는데 그 말이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부담이 되기도 해요.
▲(수현)"앨범이 잘 안 되면 어떡하지?", "잘 안 되면 사람들이 실망할텐데"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찬혁)사실 1등을 하고 싶은 건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에요. 그렇게 되면 회사 내에서 우리가 우리 음악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잖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고집하더라도 "그래, 그렇게 해. 사람들이 좋아하니까"라는 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앨범의 타이틀이 '사춘기 상(上)'이에요.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요? 그리고 '사춘기 하(下)'는 언제쯤 발표할 예정인가요?
▲(찬혁)'사춘기 상'에서는 사춘기 또래 아이들에 이야기를 많이 썼어요. 그들의 반항심이나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의 세상을 향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마음 같은 것들이요. '사춘기 하'에서는 어른들과 사춘기를 앞두고 있는 친구들 등 사춘기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다룰 것 같아요.
▲(수현)'사춘기 상'이 제 생일인 5월4일에 나왔어요. 오빠 생일이 9월12일인데 오빠가 '사춘기 하'가 그때 발표될 수 있을 거라는 약간의 기대를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사춘기 하'에는 '사춘기 상'에 비해 조금 더 차분한 느낌의 곡들이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발라드도 있어요.
-타이틀곡이 '리바이'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예요. 두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찬혁)'리바이'는 회사(YG엔터테인먼트)에서 추천해준 타이틀곡이에요.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는 저희가 내세우고 싶었던 타이틀곡이고요. 양현석 회장님이 '리바이'를 듣고 나서 전체 문자 메시지로 너무 좋다고 하셨죠. 그래서 그때 타이틀곡이 되겠다고 예상을 했어요. 그리고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다같이 콘서트를 하면 다른 가수들은 관객들이 방방 뛸 수 있는 노래들을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노래가 없었어요. 그래서 만들게 된 노래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예요.
◇다앙한 자작곡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악동뮤지션.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의 기발한 가사가 인상적이에요. 이 노래의 가사는 어떻게 쓰게 됐나요?
▲(찬혁)어느날 홍대 근처에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풍경을 봤어요.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사람들의 관절이 어떻게 움직이고, 심장은 어떻게 뛰는 걸까 궁금한 거예요. 사춘기 아이들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아가서 "나는 왜 살까?", "나는 어떻게 살고 있지?"라는 의문점까지 함께 담은 노래가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예요.
-두 사람의 사춘기는 어땠나요?
▲(수현)오빠가 지금은 말을 잘하지만 사춘기 때는 완벽한 문장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말을 안 내뱉었어요. 그래서 말하는 데 시간이 걸렸죠. 오빠는 글 쓰는 데 특화된 사람이었어요. 노래를 제일 잘 쓰긴 하지만 소설, 시를 쓰기도 했죠. 사춘기 때는 말을 잘 안하니까 아빠와 충돌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표현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찬혁)제가 노래를 시작하면서부터 표현을 많이 했어요. 노래를 만들어서 엄마, 아빠에게 들려드리니까 감동을 받으신 것 같았어요. 수현이는 이번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사춘기였어요. 사실 수현이는 풍족한 환경에서 팬들의 사랑도 많이 받으면서 사춘기를 보냈기 때문에 저와는 달랐던 것 같아요. 제가 사춘기 때 중2병에 걸렸다면 수현이는 공주병에 걸렸었죠.(웃음) 사실 중2병에 대해 사람들의 안 좋은 시선이 있는 것 같은데 전 참 좋게 생각해요. 그 병에 걸린 아이들은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거든요. 전 평생 중2병에 걸려서 세상을 다르게 보고 싶어요.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왼쪽)과 이수현.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어린 나이에 유명세를 치르고, 가수로서 바쁘게 살아가는데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진 않나요? 소속사의 '연애 금지령' 같은 것이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수현)오빠의 연애에 대해서는 소속사도 완전히 오케이예요. (양현석)회장님이 해도 괜찮다고 했죠. 그런데 지금은 오빠가 여자친구에 대한 갈망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찬혁)수현이는 미성년자라 아직 제약이 있어요. 회장님이 어른이 될 때까지는 연애를 하지 말라고 하셨죠.
▲(수현)스무 살이 되면 하라고 하시는데 왠지 스무 살이 되면 다시 말을 바꾸실 것 같아요.(웃음)
-어떤 스타일의 이성을 좋아하나요?
▲(수현)오빠는 좋아하거나 사귀는 사람이 있으면 저한테 무조건 이야기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동안 오빠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보면 참하고, 똑부러지고 그러면서도 재치 있는 사람들이었죠. 그리고 아담한 사람을 좋아해요. 오빠 키가 좀 아담하잖아요.(웃음)
▲(찬혁)수현이는 남자의 키를 굉장히 많이 봐요. 190cm는 돼야 만족을 하는 것 같아요.
▲(수현)190cm는 아니야.
▲(찬혁)180cm대 중반은 돼야 눈길을 주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오빠가 모든 노래의 작사, 작곡을 맡았는데 수현 양도 자작곡을 쓰고 있다고 들었어요.
▲(찬혁)수현이가 작곡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저를 많이 따라했어요. 제가 쓴 노래의 소재나 코드를 갖다 쓰기도 했죠. 그래서 그때마다 생각했어요. "내 아류구나"라고요, 하하. 하지만 점점 발전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앨범에 수록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수현)오빠가 절대 칭찬을 안 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오빠 곡이 너무 좋다고 그랬는데 그러지 말 걸 그랬나 봐요.(웃음) 오빠가 굉장히 인정받는 작사, 작곡가잖아요. 사실 벌써부터 부담이 많이 돼요. 그래서 오빠와 비슷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노래의 소재를 찾는 데 공을 많이 들이죠. 그리고 흔하지 않은 멜로디를 쓰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수현)예능에 대한 욕심도 있긴 해요. 저희가 '현실 남매'이기 때문에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찬혁)수현이와 저는 남매가 있는 분들은 다 아실 만한 그런 사이예요. 하지만 TV 화면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없잖아요. 예능에 나가면 현실적인 모습을 좀 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수현)저희가 서로 자상하게 '쓰담쓰담'하는 사이는 아니에요.
-같이 일을 하다 보면 두 사람이 싸울 경우도 있을 텐데 화해는 어떻게 하나요?
▲(찬혁)친남매이기 때문에 자존심 싸움을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상대방의 장점을 자꾸 이야기하려고 하죠.
▲(수현)상대방보다 뛰어난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둘이서 같이 힘을 합쳐야 된다는 것을 계속 강조해요. 서로 자기가 더 잘한다고 하면 싸움이 되잖아요. 사실 저희가 화해하는 데 좀 문제가 있어요. 요즘은 그렇게 안 싸우는데 예전에는 한번 싸우면 오빠가 잘 삐쳤어요. 저는 혼자 잘 풀리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오빠는 꽁하게 제가 미안하다고 할 때까지 안 풀리는 경향이 있어요. 오빠가 쿨하지 못해요.
▲(찬혁)그렇게 얘기하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데?(웃음) 다툼이 있어도 일은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수현이한테 다가가서 화해를 하려고 하면 수현이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요. 그러니까 저는 더 화가 나는 거예요.
◇뛰어난 음악성을 보여주고 있는 악동뮤지션은 "솔로 욕심도 있다"고 털어놨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솔로에 대한 욕심도 있나요?
▲(찬혁)항상 욕심은 있어요. 그룹을 하는 가수라면 솔로 욕심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수현이는 솔로 가수로서 자질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목소리나 노래 실력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아요. 저도 나중에는 수현이 못지않게 노래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싶어요
▲(수현)마음 속에는 솔로에 대한 계획이 있어요. 지금 자작곡을 쓰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회사에 있는 편곡자, 엔지니어 오빠들과 얘기하면서 녹음도 조금씩 알아서 진행하고 있죠. 언젠가 한 번 만들어서 회장님께 들려드려야죠.
-노래를 만들 때 어디서 영감을 얻는 편인가요?
▲(찬혁)사실 영감이란 게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생각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도 많은 생각을 하고, 그 생각 중 하나를 노래로 만드는 거죠. 노래에 대한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얻는 편이에요.
-최근 그룹 젝스키스가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었어요. 이제 한솥밥 식구가 됐네요. 지난 1997년에 데뷔한 팀인데, 젝스키스에 대해서는 알고 있나요?
▲(수현)너무 유명하시잖아요. H.O.T 선생님들, 아니 선배님들을 비롯해서 서태지와 아이들, 신화 선배님들 등 대대로 내려오는 엄청난 가수 분들이잖아요. 사실 솔직히 말하면 젝스키스 선배님들은 우리가 이유식을 먹고 있을 때 활동하셔서 정확히 알지는 못해요. 최근 MBC '무한도전'을 보면서 선배님들의 얼굴을 알게 됐죠. 우리 회사와 계약을 하셨다고 해서 신기했고, 한 번 뵙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나요?
▲(찬혁)악동뮤지션의 음악에서 빠지지 말아야 할 요소가 '순수함'이라고 생각해요. 'K팝스타2'에 출연했을 때는 순수함을 청량한 느낌의 노래에 담아냈고, 1집에 실렸던 '얼음들'이라는 노래도 어두운 분위기의 곡이지만, 사실 순수한 노래죠. 순수함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방식을 사용하고 싶어요. 이번 앨범에서 재즈 장르의 노래를 시도했는데 다음에는 힙합, 트로트, 록을 할 수도 있어요. 계속해서 모든 장르의 음악을 다 건드리고 싶어요.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