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올 상반기 아파트 신규분양 물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일부 건설사들은 작년 말부터 제기된 과잉공급 우려로 보수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건설사들은 분양물을 밀어내면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 5월까지 1만가구에 달하는 9559가구를 공급한 호반건설은 1개 단지(원주기업도시 호반베르디움), 796가구만 분양하며 공급량이 급감(-91%)했다. 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도 각각 57%, 45% 축소시킨 1384가구, 1371가구를 공급하는데 그쳤다.
대림산업과 롯데건설도 공급량이 29%, 18% 감소했으나 4466가구, 3300가구 등 3000가구 이상 물량을 쏟아내며 분양시장 열기를 더하고 있다.
A건설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대출규제 강화 등 분양시장에 악재가 쏟아지면서 분양시기를 조절하다보니 올 들어서는 아직 공급이 많지 않았다"며 "총선 이후에 다시 공급이 몰아치면서 과잉공급 얘기가 또 나오고 있어 분양시기를 잡기가 애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9개사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하고 있는 곳은 GS건설로, 상반기가 한 달 이상 남은 시점에서 이미 8213가구를 분양했다. 대우건설도 6021가구를 공급하며 GS건설의 뒤를 이었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작년 5월까지의 분양보다 89% 급증한 3756가구를, 중흥건설은 46% 늘어난 3519가구를 공급하면서 분양시장 열기를 주도했다.
B건설 관계자는 "시장에서 어느 시점 쯤 공급될 것이라고 입소문을 타고 있는데, 그걸 분위기 탓으로 마냥 미루다가는 문제 사업장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라며 "사업성 분석을 이미 마친 만큼 어느 정도는 시정에서 소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당 분양 물량들의 입주시점이 도래하게 되면 입주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전년에 비해 55% 늘어난 총 51만여가구가 분양되면서 과잉공급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2007년 하반기 이듬해부터 시행되는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공급물량이 쏟아진 적이 있다. 당시 쏟아진 물량은 2009년 입주시기가 도래했음에도 채워지지 않았고, 그 여파는 2014년까지도 이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견디지 못한 일부 중견사는 도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내 집을 마련했을 뿐인데, 일부 빈집 때문에 미분양 단지라는 오명을 받기도 하고 그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기도 했다"며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지만, 소화가 가능한 수준에서 공급되도록 조절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부동산시장과 연관된 산업들이 공멸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쏟아지는 분양물량에 과잉공급 우려가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의 한 분양단지 견본주택.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