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중국의 '창커' 열풍…실리콘밸리를 넘보다

1분에 8개씩 스타트업 생겨…정부정책·사회적 여건 모두 창업에 우호적

입력 : 2016-05-23 오후 12:00:00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유니콘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말한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의 금융서비스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은 기업가치 600억달러로 우버를 제치고 가장 비싼 유니콘이 됐다. 이밖에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450억달러, O2O 택시서비스업체 디디콰이디는 174억달러 등 역시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중국산 붉은 유니콘은 현재 모두 25개가 있다. 제2의 알리바바, 제2의 마윈을 꿈꾸는 청년들이 늘며 중국 내에서는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지칭하는 '창커(創客)'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현재 중국은 그야말로 창업 전성기, 창커 전성시대다. 중국 벤처캐피탈 평가기관인 제로투아이피오(ZERO2IPO)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 새로 설립된 회사는 443만개로 전년보다 21.6% 증가했다. 1분에 8개씩 스타트업이 생겨난 셈이다. 중국내 벤처캐피탈 투자금액도 206억9000만달러로 2014년 168억8000만달러보다 22% 이상 늘었다.
 
중국의 스타트업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영국 컨설팅업체 UHY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중국의 스타트업 증가율은 98%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영국(51%), 인도(46%) 등 2,3위 국가와도 두배 가까이 차이나는 속도였다. 
 
중국 경제가 중속성장 시대인 '신창타이'에 접어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창업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중국에 미 실리콘밸리에 필적할 만한 창업단지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과 경직된 정부의 기업공개(IPO) 정책 등이 해결돼야만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에서 젊은 창업가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신화
 
정부지원 등에 업고 '고속성장'
 
중국의 창커 열기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정부다. 중국 정부는 창업을 통해 경기침체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해 3월 정부 업무보고에서 "대중창업 만중창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을 천명했다. 일반 대중의 창업과 혁신을 통해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등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창업 및 시장 진출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등록절차를 축소했다. 기업의 등록에 필요한 증서 3개를 하나로 통합하는 '삼중합일' 제도를 시행했다. 지난해 5월에는 인터넷 정보기술을 유통업에 활용해 산업수준과 경쟁력을 높여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인터넷+유통 액션플랜'도 발표했다. 창업 초기 스타트업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000억위안 규모의 세금을 감면 계획도 밝혔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장벽을 제거하는 동시에 거액의 투자자금도 마련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400억위안 규모의 '국가 신흥산업 창업투자 인도기금'과 600억 위안 규모의 '중소기업 발전기금'을 마련했다. 올 초에는 민간투자 확대를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해 손실을 입은 엔젤투자자에게 연 최대 600만위안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중국 정부는 창업 유도를 위해 세수정책, 장려정책, 금융정책, 토지정책 등 6개 분야에서 지원하고 있다. 보조금에서 금융투자에 이르기까지 사랑 유례없는 지원 혜택을 쏟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사회적 여건도 창업에 우호적이다. SK플래닛에 인수된 모바일커머스 플랫폼 '샵킥'을 설립했던 시리악 로딩은 최근 미국 IT 전문 매체 리코드에 중국 스타트업 탐방기를 기고했다. 로딩은 "13억에 달하는 중국 인구를 타깃 고객층으로 삼을 수 있다"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인구도 현재 미국은 1억9000만명이지만 중국은 5억3000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모바일 앱이 흥행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미국 보다 훨씬 빠르다"며 중국인들의 신기술 수용도도 매우 빠르다고 진단했다. 미국 스타트업이 5~8년에 걸쳐 성장하는 평균 규모를 중국 기업들은 3~5년만에 이룬다는 통계도 있다. 
 
'원플러스'·'투지아' 등 2세대 스타트업 부상
 
샤오미나 바이두 같은 1세대 스타트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2세대 스타트업이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2013년 설립한 스마트폰 제조 및 판매 업체인 '원플러스(OnePlus)'다. 원플러스는 고성능 스마트폰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스스로 '플래그십 킬러'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경쟁사의 플래그십 모델에 버금가는 제품을 저가에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면에서는 샤오미와 비슷한 콘셉트이지만 판매 전략에서 차별성을 두고 있다. 원플러스의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초대'가 필요하다. 다른 이용자로부터 초대를 받아야 스마트폰 구입의 우선순위를 부여받는 시스템으로 꽌씨(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문화를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판 에어비앤비라 불리는 '투지아'도 주목받고 있다. 투지아는 지난해 샤오미와 디디콰이디 등으로부터 3억달러의 투자자금을 조달했으며 기업가치는 10억달러를 넘겼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투지아는 2011년 12월 회사 설립 이후 서비스 지역을 꾸준히 넓혀 왔으며 현재 중국내 288개 지역, 해외 353개 지역에서 40만개의 주택, 빌라, 아파트 등의 숙박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삼정KPMG는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성공하는 중국 스타트업의 배경을 분석하며 4대 문화와 4대 소비트렌드를 분석했다. 4대 문화로는 ▲소황제 ▲꽌시 ▲체면중시 ▲가격흥정 등이 제시됐다. 오랜 기간 지속된 중국의 1자녀 정책이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소황제 문화를 낳았고 프리미엄 유아동 시장을 성장시켰다. 특정 모임의 관계를 중시하는 꽌씨는 원플러스의 사례처럼 새로운 마케팅 기회를 만들었다.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는 SNS를 통해 자신의 패션과 쇼핑 등을 업로드해 평가받는 트렌드를 만들었으며, 가격흥정 문화는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쇼핑 플랫폼의 성장을 이끌었다. 
 
4대 소비 트렌드에는 ▲합리적 소비 ▲편의 추구 ▲패션 ▲건강 등이 있었다. 현재 중국에서는 경기 불황에 따른 합리적인 소비가 부각되고 있지만 소황제 특성을 지닌 젊은 층에서는 편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또 도시 중산층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패션과 웰빙, 건강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박도휘 삼정KPMG 연구원은 "중국 스타트업은 중국이 지속적으로 지녀온 문화와 최근 나타나고 있는 소비 트렌드가 산업과 융합돼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경쟁·경직된 증권시장 등은 풀고가야
 
중국이 향후 10년 안에 미 실리콘밸리에 대적할 만한 곳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우선 양적 팽창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 속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경쟁은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카피캣(copycat) 방식을 채용한 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겼는데 이들은 높은 경쟁환경 아래에서 제대로 된 사업모델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초기 자금조달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수익을 이어가지 못하면서 파산하는 업체가 많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에는 특히 경쟁이 심한 O2O 업계에서 스타트업 파산이 잇따르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억달러를 조달했던 슈퍼마켓 배송업체인 셔취(Shequ001)은 지난해 수익을 내지 못하며 파산했고, 맞춤형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던 코알라버스도 창업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또 중국의 경직된 증권 시장도 스타트업에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 8월 정점을 찍고 급락한 이후 아직까지 제대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IPO를 심사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겠다던 증권당국의 계획도 연기된 상태다. 스타트업 투자의 주요 출구전략 중 하나인 IPO가 불투명해지면서 엔젤투자자 및 벤처캐피탈 등 민간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또 스타트업에게도 IPO는 대규모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인데 상장이 쉽지 않다면 몸집을 키우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과도하게 집행되고 있는 정부의 스타트업 투자자금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는 지방 및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벤처펀드가 780여개에 달하지만 제대로 된 운영방침 등을 가지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리 리셸 치밍벤처파트너스 설립자는 "(수익을 이어갈 수 없는 카패캣 스타트업에 대규모로 투자할 경우) 막대한 규모의 정부 재정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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