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이 개설 1년 반 만에 급팽창했다. ETN 발행사인 증권사의 적극적인 신상품 상장으로 라인업 확대가 거듭되며 거래규모는 급증했다. 최근 90%에 육박하는 수익을 낸 종목이 나오는 등 수익률도 양호해 투자자들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9개 ETN 종목이 추가 상장됨에 따라 전체 ETN 종목수는 101개가 된다. 한국투자증권의 '트루(TRUE) 레버리지 ETN' 등 5개 종목과
미래에셋증권(037620)의 '미래에셋 미국 대형주 ETN(H)' 등 4개 종목이 오는 26일 상장된다.
2014년 11월17일 ETN 시장 개설 당시 종목 수가 6개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1년6개월 만에 17배가 된 셈이다. 상장예정 금액(1800억원)을 포함한 ETN 시장 시가총액은 2조5642억원으로, 1년6개월 전(4748억원)에 비해 5배 이상 수준으로 늘었다.
거래규모는 같은 기간 170배 늘었다. 2014년 당시 2억원에서 최근 339억원으로 급증한 결과다. ETN 시장 성장과 더불어 참여계좌도 13배 이상 증가했다. 개설 당시 698개에서 20일 기준 9139개로 늘었다. 초기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전무했던 기관투자자의 거래비중은 올해 23%로 증가했으며 보험·투신·외국인 등 신규 투자자 진입도 확대됐다.
ETN은 상장지수펀드(ETF)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이다. 특정지수의 수익을 오차 없이 보장하는 채권으로 발행 증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한다. 각종 지수를 추종하되, 지수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대행기관을 통해 새로 지수를 만들고 그에 따른 상품을 출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초 자산이 다양하다.
투자지역과 투자전략도 다변화하는 추세다. 중국, 홍콩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 등 투자대상 지역이 확대됐으며 44%(44종목)이 해외형 상품으로 해외 직접투자 수요를 일부 흡수했다. 국내 KTOP30과 중국 차이넥스트, 미국 다우존스지수 등 국내외 주요지수는 물론 바스켓, 스마트베타 등 전략도 다양하다.
양호한 수익률을 내고 있는 종목이 늘고 있다는 점도 거래량 확대 요인이다. 대표적인 예가 신한금융투자가 발행한 '신한 레버리지 WTI 선물 ETN'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20일 기준 이 상품의 수익률이 89%에 달한다. 이 회사의 '신한 브렌트원유 선물 ETN'과 미래에셋대우의 '대우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도 각각 22.1%, 26.4%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거래증가세는 최근 다소 주춤한 양상이다. 작년 4분기 452억원까지 늘었던 일평균거래대금이 올 들어 300억원대로 줄어 정체기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가 향후 성장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선 이유다. 실제 거래소는 해외 환노출형 상품에 대해 별도 기초지수 개발 없이 상품 상장이 가능토록 허용할 방침이다. 이밖에 발행사 신용리스크 관리, 비교공시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ETN 시장 활성화를 이끌 계획이다.
조병인 거래소 ETN 시장팀장은 "해외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중위험 중수익 추구 성향의 투자자를 위해 손실제한형 ETN을 도입하는 등 지속적으로 투자자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신상품을 늘릴 계획"이라며 "연기금 투자전략에 부합하는 ETN과 레버리지(-2배수 포함) ETN 등 맞춤형 상품 상장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손실제한형 ETN이 장기적으로 장외 주가연계증권(ELS)의 투자수요를 장내로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손실제한형 ETN은 기존 ELS보다 기대수익률은 소폭 낮지만 상품구조가 단순하고 안정성이 크게 개선된 상품이여서 중위험, 중수익 투자에 보다 적합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ETN 시장이 주로 시장조성자간 거래비중이 높아 개인투자자의 보유 비중은 매우 부족하고 상품 제약으로 기관투자자의 투자유인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손실제한형 ETN 출시로 중위험, 중수익 투자 수요에 부합하는 다양한 상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국민재산증식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