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바꾸고…두산건설, 재무구조개선 작업 '박차'

"순조로운 진행…올해 턴어라운드 기대"

입력 : 2016-05-26 오후 4:19:31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한창인 두산건설(011160)이 최근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 부문을 매각한 데 이어 화공기기(CPE) 사업 부문도 매물로 내놓으며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유동성 확보를 위해 1500억원 규모의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과 최고재무책임자(CFO) 교체도 단행했다.
 
26일 두산건설은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화공기자재 사업부 매각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CPE 사업부는 석유화학 플랜트의 핵심기기를 생산하는 곳으로, 경남 창원과 베트남에 제조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CPE 사업 부문의 총 매출은 3303억원으로, 두산건설 전체 매출의 19%를 차지하는 등 매출 규모 기준으로는 앞서 매각된 HRSG 사업부(13%)보다 크다. 하지만 작년에만 6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건축사업부(1238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화공기자재 사업이 유가 하락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잇단 영업손실로 사업성이 떨어지는 등 매수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평이다. 실제 업계 일각에서는 외부 매수자를 찾는데 실패할 경우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에게 매각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두산건설의 자산이나 사업부 매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3년에는 논현동 사옥을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매각했으며 작년 상반기에는 건설용 레미콘을 제조·판매하는 렉스콘 사업부를 매각했다. 지난 3월 강원 춘천시 소재 라데나CC를 계열사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 HRSG 사업부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같이 매각 소식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여전히 어렵기 만한 재무상태 때문이다. 별도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두산건설의 영업이익(-1697억원)은 전년(1341억원)에 비해 적자로 돌아섰으며 순손실 폭도 늘어(-4893억→4979억원)났다.
 
이 같은 상황은 올 1분기 들어서도 지속됐다. 1분기 영업이익(243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144억원)에 비해 40%가량 증가했으나, 순손실은 확대(-318억→-849억원)됐다. 게다가 유동비율(78%, -11%p)과 부채비율(186%, +37%p)도 나아지지 않으면서 당분간 개선세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BW 발행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라는 조회공시 답변 역시 궤를 같이 한다. 분리형 BW의 경우 채권과 신주인수권(워런트)을 별도로 거래할 수 있어 전환사채(CB)에 비해 투자수요가 풍부하다. 대주주 관점에서는 투자자의 신주인수권 행사로 주주가치 희석이 부담되지만, 회사채 발행 자체가 녹록치 않은데다 회사채 발행에 비해 이자비용도 크게 아낄 수 있는 만큼 유동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일 실시된 그룹 차원의 신규 임원 인사에 맞춰 CFO 교체를 단행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부로 송정호 부사장의 CFO 자리를 곽승환 전무가 대신하게 됐다. 곽승환 신임 CFO는 2010년 처음 임원 자리에 올랐으며, 건축기획담당 임원과 콘트롤러 부문 임원을 역임했다.
 
CFO 교체 배경에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박용만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맡게 된 박 회장이 앞서 두산건설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만큼 구조조정 작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당시 재무담당 임원으로 승진했던 곽승환 CFO가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두산건설 측은 지속적인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추진해 연말까지 차입금을 7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축소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유동비율이나 부채비율도 개선될 것으로 두산건설 측은 기대하고 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최근 건설, 토목 사업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고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철도운영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재무구조개선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는 만큼 올해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건설의 재무구조개선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두산건설 본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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