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방 정책, '젠더 중립적' 아닌 '젠더 중심적'으로 변해야"

'강남역 살인사건 대책' 토론회 국회서 열려

입력 : 2016-05-26 오후 5:48:55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26일 국회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의 원인과 대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지난 17일 발생한 사건에 대해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약자라는 점을 인정하고 이에 기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문화평론가)는 기조발제에서 “여성차별, 여성대상 범죄 경험을 성토하는 발언은 광범위하게 존재해 왔지만 그간 한국사회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다는 불편한 진실을 이번 사건이 보여준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소수·약자라는 점을 확인시킨 사건이라고 강조한 이 교수는 “‘여성혐오’라는 이데올로기를 이번 기회에 해체하지 않으면 여성에 대한 끊임없는 폭력과 멸시, 경멸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명명하거나 화장실 문제 등으로 규정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경찰이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고 정신질환 범죄라고 발표하고 언론은 그대로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남성들의 혐오와 공포에 놓여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여성폭력과 관련해 좋은 정책을 만드는 기본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차장은 “여성폭력 실태 전반을 알 수 있는 국가통계가 없으며, 가정폭력·성폭력 등 폭력 유형에 따른 실태조사를 3년마다 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의 방조 속에 여성 대상 폭력, 나아가 살해사건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가족·애인 등 친밀한 사람에게 여성들이 살해된 건수가 2009~2015년 사이 1300건에 이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 중심 범죄예방 전략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성훈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범죄예방 관련 정책이 ‘젠더(성) 중립적’이 아닌 ‘젠더 중심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여성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 지자체의 범죄안전 지수를 산출할 때 별도의 여성안전지수를 측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6일 국회에서 진행된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의 원인과 대책' 긴급토론회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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