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좀처럼 경기에 나갈 기회를 잡지 못했던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최근 점점 타석에 나서고 있다. 처음엔 냉랭한 시선으로 김현수를 바라봤던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의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뀐 덕분이다.
김현수는 29일(한국시간)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원정 경기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이로써 김현수는 지난 26일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전부터 내리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이처럼 자주 경기에 나선 건 올 시즌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김현수는 4경기 타율 4할(15타수 6안타) 1볼넷 3삼진을 올리며 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최근 4경기를 치르기 전만 해도 김현수의 미래는 말 그대로 깜깜했다. 팀이 치른 43경기 가운데 고작 12경기에만 나섰고 32번(28타수)의 타격 기회를 잡는 데 그쳤다. 어쩌다가 한 차례 대타로 나섰다가도 이후 이유 없이 몇 경기 연속 결장하기 일쑤였다. 25인 엔트리에 있는 13명의 타자 가운데 13순위 입지였다.
이 기간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를 믿지 못하고 선발로 내보내지 않았다. 김현수의 포지션 경쟁자이자 '신출내기'인 조이 리카드를 고정적으로 좌익수 선발로 내보내며 계속 기회를 준 것과 대비됐다. 특히 개막 직전 극심한 부진에 빠진 김현수에게 직접 마이너리그행을 권유했던 그였기에 '문책성 배제'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다.
여러 말이 나오는 가운데 모든 상황을 단번에 바꾼 건 바로 김현수의 실력이었다.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기 전에도 타율 3할 7푼 9리(29타수 11안타) 맹타를 휘둘렀던 김현수는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서서도 변함없이 안타를 만들었고 4경기 모두 출루에 성공하며 입지를 다졌다. 자신에게 기회를 주면 반드시 살린다는 인식을 코치진에 제대로 심었다.
물론 리카드가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진 덕도 봤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임에도 초반 펄펄 날았던 리카드는 요즘 한계를 드러내며 최근 7경기 타율 1할(20타수 2안타) 4볼넷 6삼진으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올해 계속 김현수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처럼 보였지만 스스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벤치로 밀려났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그간 김현수를 신뢰하지 않았던 쇼월터 감독도 마음이 바뀌었다. 그는 29일 경기 전 볼티모어 지역 매체인 'MASN'과 인터뷰에서 "김현수가 우리 팀에 필요한 선구안과 인내심을 보여주고 있다. 김현수를 보면 '한 번 지켜보자'는 마음이 든다"면서 "김현수는 현재 타율 4할 가까이 치고 있다. 그런 선수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할 수 없다. 타수와 안타 수는 중요치 않다. 나는 바보가 아니다"라며 당분간 김현수 중용 의사를 내비쳤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김현수가 지난 26일부터 최근 4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사진은 지난 1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장면. 사진/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