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대장암을 극복한 NC의 우완 투수 원종현(31)이 복귀전에서 '삼진쇼'를 펼쳤다. 관중들과 중계진 모두 감격스러운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극적인 장면이었다.
원종현은 31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5-6으로 뒤지던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1점 차로 뒤지고 있지만 팀의 9회말 공격이 남아있었기에 그의 투구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도 있는 긴박한 순간이었다.
8회말이 끝난 뒤 전광판의 투수 이름이 원종현으로 바뀌자 관중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TV 중계진도 그의 복귀전이 그저 그런 순간이 아닌 승부와 직결되는 상황에서 나오자 더욱 열렬히 환영했다. 2014년 10월17일 두산과의 1군 무대 마지막 경기 이후 592일 만의 복귀전이었다.
원종현은 챙을 구부리지 않은 모자를 약간 삐뚤게 쓰고 나와 첫 타자 오재원을 상대로 152km의 강속구를 뿌려 삼진을 빼앗았다. 다음 타자 민병헌도 2볼 2스트라이크까지 잡은 뒤 빠른 속구로 헛스윙을 끌어내 돌려세웠다. 2아웃을 가볍게 따낸 원종현은 이날 1회초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낸 4번 타자 오재일 마저 150km의 강속구로 삼진을 잡아냈다. 1위 두산의 2~4번 타자를 상대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복귀전을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중계진은 "김경문 감독이 이런 상황에서 원종현을 낸다는 것은 그만큼 믿는다는 것이다. 팬들에게 보여주는 메시지도 있다. 원종현이 오래 마운드에 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면서 "어떤 경우든 포기하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스포츠가 주는 감동이 이런 거다. 승패를 떠나서 정말 멋진 장면을 원종현이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NC는 5-6으로 패했지만 원종현의 복귀전은 승패를 떠나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했다.
원종현은 2015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대장암이 발견돼 투병 생활에 들어갔다. 대장 내 종양 제거 수술과 항암치료까지 받아야 하기에 누구도 그의 복귀를 쉽게 점칠 수 없었다. 하지만 투병 생활을 마친 원종현은 지난해 10월18일 플레이오프 1차전 NC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에 앞서 시구를 하며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그는 부쩍 마른 몸으로 마운드에 올라 느리게 포물선을 그리는 공을 포수 김태군에게 던지고 덕아웃으로 돌아가 선수단의 환영을 받았다.
이후 원종현의 재기는 구위 회복과 체력 증강에 맞춰졌다. 지난해 11월 마무리 훈련부터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투수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말랐던 몸은 현재 83kg까지 올라왔으며 마침내 지난 24일 1군 선수들과 함께하는 훈련에 합류했다. 최근 퓨처스리그(2군)에서는 12경기 1승1패 4홀드를 기록할 정도로 구위가 회복됐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구위가 더욱 완벽해질 때까지 서두르지 말라며 이른 복귀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원종현은 이날 승부처이자 복귀전에서 감동적인 투구를 할 수 있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대장암을 극복한 NC의 원종현이 지난 31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8회말 592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 오재원, 민병헌, 오재일을 상대로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사진/NC 다이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