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1심에서 모욕죄만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좌익효수' 국정원직원 유모(42)씨가 국가정보원법 일부 조항이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달 19일 헌법재판소에 구 국가정보원법 조항에 대해 위헌소원을 냈다. 유씨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전문이 사건을 헌재에 접수했다. 1심 재판 중엔 유씨가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한 바 있다.
헌재는 유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의 적법성을 따진 후 지난 3일 유씨에게 심판회부통지를 보냈다. 헌재는 쟁점을 파악하고 기본권침해 여부 등을 검토 중이다.
헌재관계자에 따르면 유씨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의 선거운동에 관여하게 하지 못하는 구 국가정보원법 9조 2항 4호를 문제 삼았다. 유씨는 "'특정인', '특정정당'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는 정치활동에 관여하면 7년 이하의 징역·자격정지에 처하게 하는 18조 1항에 대해서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국가공무원에 비해 가중으로 처벌하는 것은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 진행 중인 사건은 재판부를 통해 가는 게 헌법이 상정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위헌법률심판이 기각된 경우도 가능하면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서 헌법소원심판을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국정원 관련 사건을 많이 다룬 한 변호사는 "유씨는 공무원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는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일견 권리행사로 볼 수는 있겠지만 권리남용이다. 위법하지는 않지만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창경 판사는 지난 4월 모욕죄만 유죄로 판단해 유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유씨는 국가정보원법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과 유씨 모두 항소했다.
유씨는 '좌익효수' 아이디로 2011년 4·27 재보궐선거와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인터넷에 수천 건의 정치성 댓글을 게시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유씨는 'X학규 가식 떨긴 개XX', '문죄인이 이XXXX 드디어 정신줄을 놓아버렸구나'라는 식으로 특정 후보를 비난했다. 인터넷방송을 진행하던 여성에게는 ‘죽이고 싶은 빨갱이 XX’ 등이라고 공격하고 11세 된 그 딸까지 모욕했다.
1심은 "특정 후보자에 대한 낙선 목적 의사가 능동·계획적으로 있다고 단정할 수 없어 범죄 증명이 없다"고 판단해 국정원법 위반을 무죄로 판결했다.
한편 유씨에 대한 2심 첫 재판은 오는 24일 오전 11시30분 서울법원청사 서관 421호 법정에서 열린다.
서울법원청사. 사진/뉴스토마토 DB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