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유난히 여름에 강한 '빅보이'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의 강점이 올해 또 발휘되고 있다. 적응 기간인 봄을 지나 서서히 예열을 마친 이대호의 방망이가 6월 문턱을 넘자 불을 뿜고 있다.
이대호는 12일(한국시간) 워싱턴 주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 경기에 연장 10회말 대타로 나서 1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11일 시즌 9호, 10호 연타석 홈런을 날렸지만 한 포지션에 두 명의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는 스캇 서비스(50)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 때문에 벤치에서 출발했다. 이처럼 적은 기회를 부여받고 있지만 최근 이대호의 성적은 팀에서 손꼽을 정도로 매우 뛰어나다.
이대호는 이번달 들어 9경기 타율 4할 1푼 4리(29타수 12안타) 3홈런 8타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11일까지 출루율은 0.414이고 장타율은 0.714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6월 OPS는 1.128에 이른다. 타율 2할 8푼(25타수 7안타) 2홈런 3타점 OPS 0.853을 기록한 4월은 물론 타율 2할 6푼(50타수 13안타) 5홈런 13타점 OPS 0.862를 올린 5월보다 더 나은 성적표다. 더워질수록 성적이 오르고 있다.
지난 2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날리며 이달 들어 첫 안타를 신고한 이대호는 이후 멀티 히트 경기를 네 차례나 더 펼치며 특유의 '몰아치기' 능력을 뽐냈다. 이러한 타격 집중력에 힘입어 이대호는 팀이 62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42경기만 뛰고도 올 시즌 타율 3할 8리(104타수 32안타) 10홈런 24타점의 수준급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던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여름만 되면 펄펄 날며 '여름 사나이'로 불렸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뛰던 지난해 시즌 초반 3~4월 타율 2할 2푼 1리 4홈런 11타점에 그쳤던 이대호는 날씨가 더워지는 5월부터 힘을 내며 17경기 연속 안타를 날리는 등 타율 4할 3푼 9리 8홈런 2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이후 8월까지 쭉 고른 활약을 펼친 이대호는 지난해 일본 커리어 하이 성적인 타율 2할 8푼 2리 31홈런 98타점을 찍고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대호는 일본에서 4년간 뛰며 총 네 차례 월간 MVP(최우수선수)에 올랐는데 이는 지난 2012년 5월을 시작으로 2012년 7월, 2014년 6월, 지난해 5월 등 모두 여름 활약을 바탕으로 달성한 기록이다.
이대호의 '여름 본능'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던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에서 뛸 때도 존재했다. 이대호는 자신의 국내 최다 홈런 기록(44개)을 세운 2010년, 무더운 6~8월에만 무려 31개의 홈런을 집중했다. 특히 6월 한 달간 24경기에 나서 타율 3할 8푼 8리 12홈런 3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엄청난 타격감을 자랑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대호(가운데)가 11일 열린 텍사스전에서 4회말 시즌 10호 홈런을 날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