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국민타자' 이승엽(40·삼성)이 1997시즌 이후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이승엽은 지난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5-2로 앞서던 8회초 진해수의 밋밋한 실투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이자 시즌 10호 홈런을 뽑아냈다. 삼성은 이승엽의 쐐기포에 힘입어 8-5 승리를 따냈다.
이승엽의 두 자릿수 홈런 행진은 15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장종훈(롯데 코치), 양준혁(MBC 스포츠해설위원)과 14년 연속인 박경완(SK 코치)에 이어 역대 4번째다. 특히 이승엽은 2004~2011년 8시즌을 일본 리그에서 뛴 이후 2012시즌 국내 무대로 돌아왔음에도 계속해서 그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통산 홈런에서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이승엽은 국내 프로야구 통산 426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단연 역대 1위다. 이러한 흐름이라면 내년 시즌엔 통산 450홈런을 달성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산 홈런 2위인 양준혁(351개), 3위 장종훈(340개), 4위 심정수(328개) 등은 이미 은퇴했다. 5위인 NC의 이호준(317개)은 이승엽과 100개 이상의 차이가 난다. 또 이승엽은 일본에서의 홈런포(159개)까지 더하면 통산 585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데 한·일 통산 600홈런 고지도 곧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 야구인은 "이승엽의 올 시즌 스윙에는 세월과 호흡하겠다는 자세가 고스란히 묻어있다"며 "나이 때문에 떨어지는 순발력과 힘을 보완하려 스윙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승엽 역시 시즌 초 인터뷰에서 "툭툭 맞추려 한다"고 말하며 예전과 같이 힘을 최대한 실어 넣는 스윙 횟수를 줄였음을 밝혔다. 그런데도 이승엽은 올 시즌 5.4경기당 1개씩의 홈런을 쳐내는 중이다. 홈런 1위인 NC의 에릭 테임즈(16개)와 차이도 그리 크지 않다. 올 시즌 주로 5~6번 타자로 출전하던 이승엽이 최근 3번 타자까지 전진 배치된 이유다.
'베테랑'의 성적이 여전히 좋다 보니 대중은 그의 은퇴 시기에 민감하다. 여기엔 야구장 안팎에서 귀감이 되는 선수를 더 오래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심리도 반영돼 있다. 이승엽은 이미 자신의 은퇴 시기를 2017시즌 이후로 못 박아뒀다. 원래 사람 좋고 소탈하기로 소문난 그지만 최근엔 타구에 맞은 후배 투수를 위해 마운드까지 가서 사과하고 경기 전 연습에서 팀 후배들을 위해 배팅볼 투수까지 자처하는 등 야구장 안팎에서 더욱 주변을 돌아보고 있다. '자기중심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일부 스포츠 스타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은퇴시기까지 이승엽에게 '아시아의 홈런왕'과 '국민타자'라는 찬사가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삼성 라이온즈의 이승엽.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