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시연자가 애플워치 화면에 중국어로 8시를 의미하는 두 글자 '八点'을 손글씨로 썼다. 애플워치는 이를 텍스트로 전환해 "저녁 시간이 몇 시였냐"고 물었던 지인의 메시지에 답장을 보냈다.
13일(현지시간) 개최된 'WWDC 2016'에서 시연자가 중국어로 애플워치의 스크리블 기능 활용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WWDC 키노트 영상 캡처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세계개발자대회(WWDC) 2016'의 한 장면이다. 애플워치의 신기능 중 하나인 '스크리블(흘려쓰기)'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애플은 영어가 아닌 중국어를 택했다. 애플이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애플은 이날 2시간 넘게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전략시장 중국에 대한 애정을 마음껏 과시했다. 크레이그 페더리히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이 시리의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제공 계획을 밝히며 "위챗으로 낸시에게 5분 정도 늦을 거라고 전해줘"라고 말한 장면, 스팸 전화를 추적하고 차단하는 확장 API를 소개하면서 중국의 국가번호(86)가 포함된 전화번호를 대형화면에 띄운 장면 등은 모두 '친중' 행보였다. 애플은 중국 내 스팸 전화 차단 기능 제공을 위해 텐센트 시큐리티와 협력키로 했다.
이외에도 중국 최대 모바일 결제서비스 '알리페이', 애플이 최근 투자를 결정한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추싱' 등 여러 중국 기업 이름이 거론된 이날 애플의 행보에 대해 한 외신은 "애플이 중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준 자리"라고 촌평했다.
애플이 중국에 구애 작전을 펼친 이유는 명확하다. 중국은 물론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시장이 애플 매출의 4분의 1을 충당하기 때문이다. 인도가 무섭게 부상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중국을 대체할 수 없는 만큼 중국에 대한 관심은 낮출 수 없다. 화웨이를 비롯한 로컬 업체들이 공세 수위를 높이며 애플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삼성도 언제든 반격할 수 있는 경쟁사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화웨이, 오포, 샤오미, 비보 등 중국 업체가 상위 1~4위를 휩쓸었다. 이들의 점유율은 52.5%에 이른다. 이 기간 애플은 11%의 점유율로 톱5에는 간신히 이름을 올렸지만, 매출은 12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