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경영관리를 부실하게 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대규모 부실과 분식회계 의혹 등을 사실상 방관했으며,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이 저가수주로 부실을 키워나가는 동안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15일 지난해 10~12월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출자회사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총 31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이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받고도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데는 조선업 불황, 유가하락에 따른 수주절벽, 해양플랜트 계약 취소 등 대외적 요인도 있지만 산은의 경영관리 소홀로 부실에 제때 대응할 기회를 놓친 점도 대내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은은 분식회계 적발을 위한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구축해 놓고도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2013년 2월 이후 재무상태 분석을 실시하지 않았다.
당시 조선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공사진행률 상향 조정 등을 통한 회계분식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산은은 대우조선의 회계처리 적정성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감사원이 산은의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대우조선의 2013~2014년도 재무제표는 '자료의 신뢰성이 극히 의심된다'는 의미의 최고위험등급(5등급)에 해당됐다.
대우조선해양이 회계처리기준과 달리 해양플랜트 사업(40개)의 총예정원가를 2013년 5700억원, 2014년 2조187억원씩 임의로 차감한 사실도 확인됐다.
그 결과 대우조선이 2013~2014년 8785억원이라고 공시했던 영업이익은 실제로는 6557억원 적자로 1조5342억원이 과다계상됐다. 같은 기간 3237억원으로 공시했던 당기순이익 역시 실제로는 8393억원 적자였으며 과다계상액은 1조1630억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대우조선의 부실한 재무상태 파악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등 적기조치가 지연되고 임원 성과급 65억원, 직원 성과급 1984억원이 부당지급되는 결과도 낳았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또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공정 지연 등에 따른 구조적인 자금부족에도 불구하고, 상환 가능성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운영자금을 늘려줬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감사원은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경영관리도 부실했다고 판단했다.
수은은 6년째 자율협약 상태에 있는 성동조선에 1조8000여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은은 성동조선에 대해 최소한의 조업도는 유지할 수 있도록 적자수주(2013년 22척) 물량을 통제키로 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경영정상화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2013년 수주가이드라인을 주먹구구로 개정하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적자수주 물량을 그 2배인 44척까지 허용했다. 이에 따라 성동조선의 영업손실 예상액은 588억원 증가하고 경영정상화 방안에서 정한 구조조정도 사실상 중단됐다.
이와 함께 수은은 2010년 8월 이후 성동조선과 4차례의 경영정상화이행 약정을 체결하면서도 약정이행 담보방안을 마련하지 않았고, 성동조선의 경영개선 실적이 5년 연속 최하등급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한데도 부실한 자구계획을 형식적으로 승인해줬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및 기획재정부에 대우조선의 격려금 지급과 성동조선의 수주 관리를 태만히 한 홍기택 전 KDB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 등 경영진 5명의 비위내용을 인사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또 대우조선에 대한 회계처리 적정성 점검, 경영실적평가 등을 태만히 한 산은 관계자 3명, 성동조선의 수주관리업무 및 수주추진 승인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수은 관계자 4명에 대한 문책도 요구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유희상 감사원 산업금융 감사국장이 15일 오전 서울 삼청동 감사원 브리핑룸에서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들의 부실관리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출자회사 관리실태를 점검,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