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보험업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어 보험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감원이 준비금을 바로 확중하라고 지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위가 서두를 필요 없다며 상반된 제스처를 취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권은 이같은 금융위 규제완화 분위기에도 IFRS4 2단계 도입 기준안이 나오기 전엔 안심할 수 없다며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20일 국내 보험사들은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금융위와 금감원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감독 사항을 담은 '기준서'가 나와야지만 금융당국의 감독 방향이나 준비금 규모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각 회사별 액션 플랜이 나오지 않았다"며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기준서를 내야 거기에 맞는 준비금 규모가 나오고 전략도 수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준비금 확충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뜻을 시사했지만, 거기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라며 "기준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떠한 평가를 내리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보험업 IFRS4 2단계 도입 영향 간담회'에서 "금융사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일방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속도 조절을 시사한 바 있다.
◇6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업 IFRS4 2단계 도입경향 간담회에 참석
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규제 강화를 시사했던 금감원이 임 위원장 발언 이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아 보험업권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규제 강화를 요구한 금감원과, 규제 완화를 시사한 금융위 중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해 부터 줄곧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적립금 쌓기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금감원의 방침대로라면 보험사들은 당장 올해 말부터 보험부채에 대해 단계적으로 시가평가를 시작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임 위원장 발언 이후 금감원으로부터 아무런 지시를 받지 못했다"며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사실 2020년까지 IFRS4 2단계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 제도 도입 시일이 좀 연기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만드는 IFRS4 2단계 기준서는 지난 2월에 작성되기 시작해 빠르면 올해 안에, 늦으면 내년 2월 중으로 완료될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IASB 기준서가 3년 뒤에 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2020년쯤 우리나라에도 관련 제도가 각 보험회사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단, 이 IASB가 발표하는 기준서는 추상적인 문장으로 이뤄진 선언적 문서인 데다 그 적용 범위도 넓어, 금융위와 금감원은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끔 문서를 수정·보완하고 구체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부채적정성평가(LAT) 할인율과 관련한 우리의 의견을 마치 확정된 것처럼 오해한 보험 회사가 있어 금감원과 금융위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처럼 오인된 면이 있다"며 "사실 금감원과 금융위는 이전부터 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한 협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임 위원장의 발언은 민관이 참여하는 형태의 소통 방식을 강조한 것이고 시간이 촉박하니 좀 더 논의를 충실히 하자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