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1%대의 낮은 금리로 은행 예금을 통한 수익 기대가 힘들어지면서 시중에 막대한 자금이 돌고 있다. 특히 임대수익을 노리는 투자수요가 부동산 시장으로 빠르게 흘러들고 있다. 은행 예금 가운데 단기에 움직일 수 있는 자금도 상당해 당분간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일 역대 최저금리인 1.25%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이후 실시한 영종하늘도시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 청약에는 13일부터 3일 동안 6435억원에 이르는 뭉칫돈이 몰렸다. 노른자위로 평가되는 한 필지에는 무려 9024대 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이 나오기도 했다.
수익형 부동산 대표 상품인 오피스텔과 아파트 분양시장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공급물량이 증가하면서 과잉공급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꾸준한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만3500가구에 불과하던 전국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2011년 3만5100가구, 2012년 4만7100가구, 2013년 3만9200가구, 2014년 4만3400가구가 공급됐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6만2700가구까지 늘었고, 올해 역시 5월말 현재 공급물량은 2만4000가구에 이른다.
이처럼 공급물량이 크게 늘고 있지만 꾸준한 수요자 유입에 전국 오피스텔 3.3㎡당 매매가격은 지난해 5월 778만원에서 지난달 788만원으로 1.3% 올랐다.
아파트 분양시장 역시 청약자가 크게 늘었다. 리얼투데이 조사 결과 지난달 전국 아파트 청약자수는 46만6000명으로 지난해 5월(29만7500명)보다 57%나 증가했다. 특히 1순위 청약자수는 같은 기간 27만4600명에서 44만7000명으로 63%나 급증했다.
김일수 스타파트너스 대표는 "금리가 낮아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크게 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리는 것은 단기성 부동자금이 많다 보니 상당 부분이 실물자산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오피스텔 공급물량 추이 및 분양시장 청약자수 비교. 자료/부동산114·리얼투데이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추가 자금 유입도 예측된다. 통상 금리인하로 시중에 풀리는 돈이 늘게 되면 화폐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금이나 부동산 등 실물자산 선호는 강해지기 마련이다.
실제 양적 변화가 거의 없는 토지의 경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된 지난해 자산이 크게 늘었다.
통계청 '2015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순자산(國富)은 지난해 전년 증가폭과 같은 5.7% 증가했다. 반면, 토지자산은 2014년 5.2%로 전체 순자산 상승률보다 낮았지만 지난해에는 5.9%를 기록하며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토지의 경우 정부가 수요해 거래 및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은 물량도 다수 포함돼 실질적 상승률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언제든 은행을 빠져나와 부동산 등 다른 투자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도 크게 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요구불예금 금리는 지난 9일 기준금리 인하 이후 16일까지 5일 동안 7조원 가까이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연 0.1% 이하의 낮은 금리지만 예금주가 원하면 언제든지 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자금은 저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부동산 시장으로 바로 유입될 수 있다.
김성용 씨알피플앤시티 대표는 "지속적인 금리인하와 물가상승이 더해지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면서 "다만, 부동산 시장도 공급물량 증가 등으로 지역이나 상품 등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돈이 될 만한 곳으로의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런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