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뛰어난 연기력과 매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연기 외의 관심사와 넘치는 끼를 살려 꿈을 펼치는 배우들이 있다. 연기와 밀접한 분야인 연출이나 제작은 물론 미술 활동이나 칼럼 혹은 시나리오 집필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영화 '오로라 공주'(2005)로 입봉해 '용의자X'(2012), '집으로 가는 길'(2013) 등을 연출한 배우 출신 방은진 감독과 '롤러코스터', '허삼관'을 연출한 하정우, 2012년 '마이 라띠마'로 장편 데뷔한 유지태는 배우뿐 아니라 감독이라는 타이틀도 어색하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분야를 뛰어넘어 새로운 영역인 연출에서도 무난히 안착한 사례로 꼽힌다.
안재홍-마동석-박정민. 사진/뉴시스
배우 정우성은 지난 1월 개봉한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주인공뿐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인연을 맺은 이윤정 감독의 시나리오에서 매력을 느낀 정우성은 직접 회사를 차려 제작사 대표로도 활동했다. 정우성은 "영화인들이 만나면 현 영화계 국조가 영화인을 양성하는 구조가 아니라고 한탄하는데, 말만 하지 실행은 못하고 있다. 선배인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있다면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재홍과 류덕환은 영화 연출에 나서며 일찌감치 재능을 드러내고 있는 20대 배우다. 최근 영화 '족구왕'과 tvN '응답하라 1988'로 배우로서 주가를 높인 안재홍은 건국대 영화과 시절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 열 다섯 편이 넘는 단편 영화를 연출했다. 그가 연출한 '검은 돼지'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시네마 스케이프 섹션에 초청되기도 했다. 최근 군입대한 류덕환이 연출한 단편영화 '비공식 개강총회'는 전주국제영화제, 미장센단편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상영됐다. 두 사람의 소속사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연기 외에 연출에도 관심이 많아 틈틈이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이외의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배우들도 있다. 하정우는 배우와 감독에 이어 화가로도 활동 중이다. 국내는 물론 미국 뉴욕에서도 개인전을 열었다. 한 경매에서는 그의 그림이 1400만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아인은 2014년 종합창작스튜디오를 열고 자선행사, 미술품 전시 등을 해왔다. 아울러 그는 패션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통해 패션 디자인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마동석은 몇몇 작가들과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있다. 자신이 상상하는 세계가 담긴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연출에 대한 큰 욕심은 없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집필은 연기를 하는 배우에 있어 더 많은 영감을 준다고도 했다. 마동석은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것이 연기적인 면에서도 큰 도움을 준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 조금 더 작가의 마음을 알 수 있고, 상상하는 범위도 넓어지고 디테일도 깊어진다"고 말했다.
영화 '동주'의 박정민은 글재주가 뛰어나 칼럼을 쓰는 배우다. 3년 넘게 한 월간지에 '언희(言喜)'라는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말로써 사람을 기쁘게 한다는 의미의 '언희'를 쓰는 이유에 대해 그는 "나처럼 작은 사람도 하루하루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부터 영화 현장, 어릴 적 자신 등 다양한 주제로 유쾌한 글 솜씨를 뽐내고 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