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감독원이 불법금융 근절을 위해 도입한 파파라치 제도가 구색맞춤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 제도에 대한 홍보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약속했던 포상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포상금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 이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22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불법금융 파파라치의 신고 포상 건수가 0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5개월간 수사 기관에 넘겨진 제보 건수만 해도 52건에 달하는 데, 아직까지 아무런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사람들이 그냥 파파라치는 아는데 불법금융 파파라치는 인지도가 낮다"며 "소액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그때그때 챙겨서 포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30만원, 100만원, 200만원 수준의 세분화된 포상금 체계를 지니고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유사수신, 고금리 불법 영업 등 불법금융행위를 막으려면 시민들의 참여와 감시가 필수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유인책을 동원한 것이다.
경기남부지방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최근 고금리 저금리 대환 대출해 주겠다고 유인해 거액을 챙긴 혐의로 A씨(42세. 남) 등 3명을 구속했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하자 금감원은 지난 21일 포상금을 최고 1000만원으로 상향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특히, 최근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보이스피싱과 유사수신에 최고 금액인 1000만원을 적용하고 나머지 불법금융 제보에는 500만원까지 주기로 했다. 최대 200만원에 그치던 과거와 비교해 5배 이상 상향된 수치다.
그러나 문제는 소액의 포상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는데, 고액의 포상금이 주어지겠냐는 점이다. 더욱이 포상금의 재원이 되는 기금이 어떤 방식으로 모집되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1000만원이란 자극적인 타이틀을 달았을 뿐, 이를 뒷받침할만한 실무적인 준비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에 금감원은 "관련된 곳과 협의 중"이라며 일반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결국 포상금 지급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또 보이스피싱의 경우 두개의 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제보자 혼란과 업무 중첩이라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이미 금감원은 지난달 19일 보이스피싱 범죄를 잡겠다며 '그놈 목소리' 신고 포상금으로 1000만원을 걸었기 때문이다. 시민의 제보가 실제 범인 검거로 이어져야 1000만원의 포상금을 주겠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결국 이번에 내놓은 포상금 제도와 유사한 제도라는 것이다.
제보자의 경우 보이스피싱 제보를 불법금융 파파라치나 그놈 목소리 중 어디에 신고를 해야할지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금감원 '그놈 목소리' 담당자는 "불법금융 파파라치는 제보의 질로, 우리는 사기범 검거를 기준으로 포상금을 준다"며 "양쪽 제도가 중첩된 부분이 없지 않은듯 하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