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롯데케미칼(011170)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지만, 최근 검찰이 롯데케미칼 전직 간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당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게 된 것이다.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 착수 이후 첫 구속영장 청구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지난 21일 롯데케미칼의 법인세 등 탈루에 가담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로 롯데케미칼 전 임원인 김모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22일 오후 3시부터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속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예정이다.
김씨는 롯데케미칼 전신 호남석유화학이 2004년 인수한 케이피케미칼에서 재무팀장을 맡았던 인물로, 2012년 롯데케미칼에 입사해 재무업무를 지속 담당하다가 2014년 퇴사했다. 검찰은 김씨가 롯데케미칼이 계열사간 내부 거래 등을 통해 세금을 탈루하는 과정에 관여했으며, 관련 의혹을 뒷받침하는 주요 문서를 빼돌리는 등 증거인멸에도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서울 동작구 롯데케미칼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을 운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만약 김씨에 대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롯데케미칼의 입장은 난처해질 수 밖에 없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15일 A4용지 3장 분량에 달하는 입장자료를 통해 검찰과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회사 측은 "롯데케미칼은 케미칼 원료 구입 과정에서 롯데그룹으로부터 별도 자금 형성을 지시 받은 적도 없고,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별도 자금 형성을 지시 한 적도 없으며, 우리 직원들조차 그런 일을 실행한 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대표이사를 포함해 전직원 모두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이같이 검찰 수사 중 공식입장 발표라는 강수를 뒀음에도, 일주일만에 전직 임원이 비자금 조성 개입과 증거인멸로 긴급체포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법원이 구속을 결정하게 될 경우 롯데케미칼이 내놓은 해명들은 무색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전직 임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알고 있지만, 이외의 내용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구속이 결정되면 난처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가정은 하지 않겠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