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루이비통과 구찌 매장 사이에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 전시장이 들어서 있다. 이른바 '명품' 가방 사이에 붉고 날렵한 신형 전기 자동차가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건너편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컨시어지숍이 들어섰다. 이 곳에서는 고객들의 구매보다는 제품의 체험과 상담이 주를 이룬다. 실제 유니폼을 입은 수십명의 점원들은 고객들에게 1대 1로 달라붙어 제품 구매를 강요하기보다는 자사 제품의 사용법에 대해 안내한다.
대형 쇼핑몰의 양쪽 끝에는 미국 유명 백화점들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각)부터 사흘간 방문한 미국 플로리다주의 쇼핑몰 4곳에서는 최근 변화하고 있는 대형 쇼핑몰의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었다. 기자가 방문한 마이애미의 '돌핀몰(Dolphin Mall)'과 네이플스 '워터사이드숍(Waterside Shops)', 탬파의 '인터내셔널 플라자(International Plaza)'와 새러소타 '더 몰 앳 유니버시티 타운 센터(The Mall at University Town Center·이하 'UTC')'는 넓은 부지를 적극 활용한 미국 대형 쇼핑몰의 특징을 모두 갖췄다.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아웃렛부터 초대형 쇼핑몰, 소규모 럭셔리몰까지 모든 형태를 갖춘 이들 쇼핑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아웃렛과 백화점, 전문 편집숍이 모두 한 공간에 모여있다는 점이다. '노드스트롬(Nordstrom)'과 '딜라드(Dillard's)', '매이시스(Macy's)' 등 미국 유명 백화점 뿐만 아니라 캠핑·낚시 등 아웃도어 전문매장 '베이스 프로 숍(Bass Pro Shop)'과 생활용품·의류 편집숍 '로스(Ross Dress for Less)' 등 각종 전문매장이 한 공간에 모여있어 고객들이 한 공간에서 모든 쇼핑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각 전문 매장에서는 낚시와 악기연주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토록 대형 수족관과 악기 등이 구비돼있다.
도심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고속도로, 공항 등과 인접해 고객이 찾아가기 수월하다는 점과 넓은 부지를 활용한 대형 주차장은 고객들의 접근성을 높여줬다. 또 고객들이 어디에서 진입하더라도 단순히 직진만으로 쇼핑몰의 모든 매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조성된 단순한 동선은 고객과 입점 브랜드 모두에게 편리함을 안겨준다.
인테리어도 남다르다. UTC와 인터내셔널 플라자는 창이 달려있는 20미터 높이의 높은 천장이 눈에 띄었다. 층고는 높지만 기둥은 살펴볼 수 없어 확 트인 느낌이다. 시선을 가리는 기둥이 없으니 매장 안이 훤히 보인다.
로버트 터브먼 미국 터브먼(Taubman)사 회장은 "고객들이 한눈에 6개 이상의 간판이 보일 수 있도록 매장을 조성해 시야가 트이고 방향감각을 잃지 않도록 꾸몄다"며 "전체 매장을 한 눈에 볼 수 있게끔 가시권을 확보해 쇼핑몰의 직선길이는 300미터가 넘지만 멀지 않게 느껴지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매장마다 차별화된 MD구성도 자랑거리다. UTC의 경우 전체 125개 매장 중 절반이 훌쩍 넘는 65%가 이 지역의 유일한 점포로 구성됐다. 이 곳을 찾지 않으면 구매할 수 없는 제품들이 상당수다.
각 지역별 쇼핑객의 특성도 고려했다.
우선 히스패닉 고객이 유독 많은 돌핀몰은 이에 맞춘 MD구성이 눈에 띄었다. 'Playa(해변)', 'Moda(패션)' 등 각 구역들의 명칭은 스페인어로 지어졌고, 매장 곳곳에서는 라틴음악이 흐르고 있다. 판매 직원들의 명찰을 살펴봐도 스페인어 이름이 상당수를 이뤘다. 쇼핑몰 입구에도 지역 연고 스포츠팀인 마이애미 돌핀스(풋볼), 마이애미 말린스(프로야구) 경기의 중계방송을 틀어놓은 대형 스포츠바와 식당들이 즐비해있다.
마릴린 베요 돌핀몰 마케팅 스폰서십 디렉터는 "히스패닉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 특성상 중남미권 인구를 고려해 빅토리아 시크릿 같은 히스패닉 선호 브랜드를 다수 갖췄다"고 말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가 다수 입점된 럭셔리 쇼핑몰 워터사이드숍은 미국 최고 부촌 중 하나로 꼽히는 네이플스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최대한 반영했다.
앤 플레밍 워터사이드숍 총지배인(General Manager)은 "루이비통, 구찌, 티파니 등 62개의 최고급 브랜드와 식당으로 구성된 워터사이드숍은 무더운 지역 기후 탓에 전체 방문객의 80%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몰리는 특성이 있지만, 고객 1명당 구매하는 객단가는 281달러로 미국 전체 쇼핑몰 평균의 2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특히 50세 이상 부유층의 방문이 잦다는 점을 고려해 발렛파킹과 휠체어서비스를 제공하고, 고령층의 쇼핑이 잦은 오전시간대에는 배경음악 선곡도 클래식 음악 등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
터브먼 회장은 "터브먼의 쇼핑몰은 각각의 지역의 형태에 맞춘 맞춤형 몰"이라며 "돌핀몰은 마이애미가 아닌 다른 곳에 있으면 의미가 없으며, 워터사이드숍도 네이플스가 아닌 다른 지역에는 세울 수 없는 지역 맞춤형 쇼핑몰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 위치한 '인터내셔널 플라자'에는 대형 백화점 '노드스트롬'과 '딜라드'가 나란히 입점돼있다. 이 곳 노드스트롬에서 쇼핑을 마친 현지 고객들이 쇼핑몰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제공=신세계)
마이애미·네이플스·새러소타·탬파(미국 플로리다)=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