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가 7월 대규모 연대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자동차, 건설, 조선 등 사업장별로 총파업을 계획하면서 해당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여소야대로 재편된 국회 지형도 노동계에 우호적 환경이다. 자칫 구조조정 계획조차 수포로 돌아갈 수 있어, 노사 간 갈등은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 노동조합은 최근 소식지를 통해 사측과의 7차 공동교섭이 결렬되면서 다음달 22일 총파업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이와 함께 금속노조는 오는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며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 중인 조선업계 노조도 일제히 투쟁을 결의하고, 총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 앞에서 거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조합원들이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상경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이날 오전 삼성과 산업은행 본사를 찾아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상경집회를 열고,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앞서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소속 근로자 5400여명 가운데 4768명이 파업 찬반 투표에 참여해, 91.9%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노조도 이미 파업을 결의했고, 현대중공업 노조는 노동쟁의 조정신청에 이어 파업 찬반투표를 다음주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연대투쟁은 초미의 관심사다.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국내외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차 역시 대내외적 경영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노조의 대규모 파업은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현대차 노조의 강성 기류가 현대중공업으로 옮겨붙을 경우 파괴력은 짐작키 어렵다.
건설업계 노동자들 역시 다음달 6일 도심 곳곳에서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강원 평창 동계올림픽 건설현장, 전국 LH 발주 건설현장 등을 비롯해 도로, 아파트, 지하철, 학교 등 제반 시설 공사 현장이 멈출 것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업종이나 사업장 별로 파업의 성격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지만, 국가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2014년 파업에 따른 현대차의 매출 손실은 9100억원에 달했다. 2013년 1조225억원, 2012년에도 1조7048억원의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에 정부와 기업은 불법 파업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고 불필요한 자극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야권은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