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어희재·심수진기자] 올해 상반기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현실화로 마무리됐다. 연초 미국을 중심으로 회복 기대감에 부풀었던 세계 경제는 하반기 브렉시트 그림자 속에서 리세션(경기 후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모건스탠리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글로벌 경제 리세션 가능성을 종전보다 10%포인트 높여 40%로 예측했다. 국민투표 이전까지 숱하게 제기됐던 영국의 침체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브렉시트로 인한 짐의 무게를 함께 져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하반기를 맞은 글로벌 경제를 3회에 걸쳐 전망해본다. (편집자)
지난 상반기 영국을 포함한 유럽 경제는 6월23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현실화 시나리오에 바짝 긴장해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브렉시트 결과가 나오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영국과 유럽의 하반기 경제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브렉시트 결정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저마다 영국 경제 전망에 대한 시각을 낮춰 잡았다. UBS는 올해 하반기 영국 경제가 거의 제로(0%)에 가까운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하반기 '하향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신용평가사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영국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IHS글로벌 인사이트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은 모두 장단기적으로 교역거래, 투자감소, 환율 변동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브렉시트로 영국과 EU 간의 무역관계가 당분간 불투명하다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영국이 EU 시장 내에서 누릴 수 있었던 서비스, 투자 등 기업활동이 타격을 입을 것이며 30년래 최저점으로 하락한 파운드 약세는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립 샤 인베스텍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경제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의 기간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태그네이션은 침체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과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이 함께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글로벌 IB들은 브렉시트 여파가 단기보다 장기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은 영란은행(BOE)의 적극적인 부양 정책이 뒷받침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타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이다. IHS글로벌 인사이트는 BOE가 기준금리를 종전 0.5%에서 0.25%까지 인하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BNP파리바와 UBS는 제로(0) 수준까지 전망했다.
가디언도 정부의 정책 공조와 함께 영국과 EU의 협상이 연말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을 수 있어 3분기 영국 경제가 받을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말로 갈수록 브렉시트 협상에 따른 불안감이 무역 거래에 반영되고 기업들은 투자를 줄일 것이며 파운드도 재차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내년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와 IHS글로벌 인사이트는 내년 영국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1%포인트 이상 하향 조정했다.
영국 런던 중심가에 나란히 걸려있는 영국 국기와 과 EU기. 사진/뉴시스
아울러 브렉시트 역풍은 비단 EU를 떠난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국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EU 역시 브렉시트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성장률이 종전 1.6%였지만 1.0%대 초반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는 브렉시트로 인해 오랫동안 그들이 주장해온 ‘세계 최대 경제 주체’라는 타이틀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으며 무역거래가 주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IMF 조사 결과 영국이 포함된 EU는 세계 경제 규모 면에서 1위(17조2700억달러)였으나 영국이 제외될 경우에는 3위(14조6300억달러)로 밀렸다. WSJ은 실질적으로 무역 감소와 투자 위축, 유로화 변동성으로 유럽 경제가 받게 될 타격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어희재·심수진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