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이완구(66) 전 국무총리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육성 녹취록에 대한 증거능력을 또다시 문제 삼았다.
이 전 총리는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4일 오전 열린 항소심 4차 공판에서 “성 전 회장의 녹취록은 증거능력이 없다”면서 배명진 숭실대학교 소리공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검토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 전 총리 측 변호인은 “배 교수가 분석·검토한 보고서를 보면 성 전 회장은 ‘한 사 삼천만원’이라고 말했다”면서 “이 자료는 녹취록의 해당 파일을 1000분의 1 단위로 분석하고, 주파수까지 분석해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에게서 발언 기회를 얻은 이 전 총리는 직접 나서 “쉽게 말씀드리면 인체를 MRI로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데, 1000분의 1초로 음성을 분석한 결과 ‘한 사 삼천만원’이라고 들린다. 저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재판장께서 국립과학연구소가 됐든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됐든 녹취록에 대해 검토의뢰를 해달라”며 “기본적으로 사실관계가 다르다. 사실관계를 규명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공개된 재판정에서 들어보는 게 필요하다”며 “변호인이 성 전 회장 육성녹음을 문제 삼고 있는데 평균인의 입장에서 들어봐야 한다. 해당 교수의 방식은 널리 인정되지 않는 방식”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이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의 통화와 메모의 증거능력 모두를 인정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고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4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