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완구(66) 전 국무총리의 항소심 재판에서 금품 전달이 이뤄진 장소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된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상주)는 19일 첫 공판기일에서 이 전 총리 측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 대한 현장검증을 이달 29일 오후 2시에 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금품 전달 시기로 지목된 2013년 4월4일 이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실 내부 구조와 3000만원이 포장된 쇼핑백이 보관됐다는 승용차와 그 주변 상황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 전 총리의 변호인은 "성 전 회장이 부여 선거사무소에 온 사실이 없었고 그의 수행비서 금모씨가 3000만원이 담긴 쇼핑백을 가져온 적도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고자 한다"며 현장검증을 요청했다.
검찰 측은 "당시 선거사무소 내부에 있던 칸막이 벽들이 다 철거된 상태"라며 "건물 내부 구조가 현재 보존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의 현장검증은 의미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부여 선거사무실은 가 봐야 할 것 같다"며 이 전 총리의 현장검증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날 이 전 총리의 변호인은 항소 이유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이 다 조작됐다"면서 "1심은 검사 편만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 전 회장은 죽을병 걸린 이 전 총리에게 병문안을 한번도 오지 않았 사람"이라며 두 사람 사이의 친분 관계로 금품 전달이 이뤄졌다는 점도 강하게 부인했다.
반면 검찰은 "3000만원이라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액수가 적지 않으며 이 전 총리가 현재까지 혐의를 부인하며 진지한 반성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원심이 선고한 형은 지나치게 가볍다"고 주장했다.
이어 "1심이 사건을 충분히 심리했으며 증거로 채택됐던 증인들의 증언이나 녹음파일 및 메모 등도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재판 말미에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이 남긴 말을 과연 믿을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내용을 다시 살펴야 한다"며 "검찰이 상당 부분 내놓지 않고 있는 기록도 세세하게 잘 살펴달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1심은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이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의 통화와 메모의 증거능력 모두를 인정하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3000만원을 명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신지하 기자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