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그스토어 2위 GS '제자리걸음'…추격 나선 롯데 '롭스'

출점 확대·특화 MD 앞세워 도전…12년차 왓슨스는 늑장 행보

입력 : 2016-07-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이른바 '드러그스토어(Drug Store)'라 불리는 헬스&뷰티 스토어 업계가 뜨겁다.
 
과거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과 GS리테일(007070)의 '왓슨스'가 양분하던 이 시장에 롯데쇼핑(023530)신세계(004170)그룹 이마트(139480)가 뛰어들면서 시장규모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9000억원대의 시장으로 평가받던 이 시장은 올해 1조2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드러그스토어 업계에 도전하는 여러 유통 대기업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범 3주년을 맞은 롯데쇼핑의 '롭스'가 적극적인 출점 확대 계획을 발표하며 왓슨스의 업계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반면 2위 자리를 방어해야 하는 왓슨스는 성장이 정체된 채 4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국 67개 매장을 운영 중인 롭스는 지난달 30일 적극적인 출점확대를 통해 연내 100호점 돌파를 선언했다. 또 올 하반기 내에 점포 시스템을 개선하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의 발판을 다지며 매출액을 전년 대비 100% 확대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롭스는 빠른 속도로 점포 수를 늘리며 업계 2위 왓슨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1호점 출점 이후 3년만에 전국에 67개 매장의 문을 연 롭스의 출점 속도는 업계 1위 CJ 올리브영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빠르다. 올리브영은 60호점을 달성하는데 9년 가량이 걸렸다.
 
왓슨스의 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경쟁사도 등장했다. 신세계는 영국 '부츠(Boots)'와 손잡고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도전한다. 부츠는 2014년 12월 미국 월그린이 인수한 영국계 드러그스토어다.
 
신세계 측은 지난해 말 정기인사를 통해 드러그스토어 부츠 사업 확대를 위해 정준호 신세계디에프(DF) 부사장을 이마트 부츠 사업 담당으로 발령낸 바 있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신세계면세점 유치를 진두지휘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일등공신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신세계 측은 부츠 본사와 구체적인 진출 방식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 상태며, 이르면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유통 강자로 꼽히는 신세계가 2012년부터 운영해왔지만 사실상 실패한 사업으로 꼽히는 기존 드러그스토어 '분스' 사업을 접고 재도전에 나서는 이유는 그만큼 이 시장이 유망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젊은층 여성을 중심으로 구매비중이 높아지면서 미래에는 편의점 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유통채널로 각광받고 있는 만큼 드러그스토어의 시장 전망이 밝아 유통 대기업들이 잇따라 이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처럼 무서운 기세로 추격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현재 점포 수 123개로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왓슨스는 매장 숫자만 놓고 보면 롭스의 2배에 달하지만 성장은 정체 중이다.
 
왓슨스코리아는 GS리테일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1만14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드러그스토어 기업 'A.S.왓슨'과 50대 50의 지분비율로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2014년 GS왓슨스에서 왓슨스코리아로 상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60억7113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왓슨스코리아는 2012년부터 4년째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1274억원)은 업계 1위 CJ올리브네트웍스(7603억원)의 16.8%에 불과하다.
 
업계 1위 올리브영은 1999년 론칭 이후 현재 전국에 5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지난해 1년동안 왓슨스의 전체 점포 수를 뛰어넘는 130여개의 점포를 새롭게 오픈했다.
 
업계 3위 롭스가 백화점 색조브랜드 '부르조아'와 '스틸라'를 전면에 내세우며 20대 여성 소비자를 유입하고, 폴라초이스, L.A.GIRL, 플라센타베제딸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브랜드와 여러 단독 아이템을 유치하는 등 차별화된 MD 구성에 나서는 동안에도 왓슨스는 눈에 띄는 행보를 펼치지 못했다.
 
왓슨스 측은 적자 폭을 줄여가며 향후 1~2년 내에 흑자전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경쟁사와 비교해 더딘 출점 속도와 외국 기업과의 공동으로 소유한 기업의 지분구조 상 빠른 의사결정은 물론 수익을 올리기도 쉽지 않은 구조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표적인 예가 뒤쳐진 온라인과 모바일 사업이다. 2005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왓슨스는 11년이나 지난 올해 4월에야 공식 온라인몰과 모바일 앱을 오픈했다.
 
GS리테일의 드러그스토어 '왓슨스'의 업계 2위 자리를 넘보는 롯데쇼핑 '롭스' 매장. (사진제공=롯데쇼핑)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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