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정부가 분양시장의 과열을 막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 형성을 위해 새아파트 분양 중도금대출 보증심사 강화에 나섰지만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 등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한 규제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적인 투자 목적보다는 소규모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순 투자 목적의 수요가 많아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고양시 덕양구 향동지구 '고양 향동 리슈빌'은 총 770가구 모집에 6238명이 몰리며 평균 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전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84㎡A 타입의 경우 25.9대 1의 최고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중대금대출 보증 심사가 강화된 이후 청약을 앞두고 있는 수도권 다른 단지들 역시 규제 여파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다.
미사강변도시에서 공급될 예정인 한 단지에는 청약을 앞두고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심리 위축을 예상한 분양업체 역시 예상 못한 반응이었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가가 9억원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았는데 문의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며 "중도금대출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문의가 많았지만 대부분 무주택자이거나 1주택여서 규제 대상이 되는 청약 희망자는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하남 미사강변도시 한 견본주택 모습. 정부의 중도금대출 보증심사 강화에도 분양시장 열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사진/리얼투데이
이처럼 수도권 분양시장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전세난에 따른 실수요자의 진입이 많은데다, 투자 목적의 수요 역시 전문적인 업자들보다는 1~2개 아파트에 청약하는 일반 투자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청약통장을 매수하는 등 전문적으로 분양권 시세차익을 노리는 업자보다는 최근에는 2000만~3000만원 정도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한 젊은층의 일반 수요자의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해 청약제도 개편에 따라 1순위 자격자가 크게 급증한데다 저금리에 은행권을 이탈한 단기 목적의 투자가 늘면서 일반 수요자들의 분양시장 진출이 증가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보증심사 강화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등 투자금액은 물론 시세차익도 단기에 크게 발생하는 고가주택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수도권 전체로 여파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교수는 "일반 서민층에서 분양시장에 나서는 경우는 계약금 3000만~4000만원 정도의 투자에 불과한데다 여러 단지의 분양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기존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처럼 원금 상환에 대한 규제 없이는 투자 열기를 꺾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투자 목적의 수요가 시장 전체에 확산된 만큼 가격 하락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주택시장은 가격이 하락하면 일부 100% 자기 자본으로 투자에 나선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매물을 쏟아내면서 가격 하락폭이 일시에 커질 우려가 있다"며 "특히 공급과잉에 따른 입주물량 증가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에 주택구입 여력없이 단기 분양권 전매 목적 수요의 진입을 차츰 줄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