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실태 조사는 불합리하고 관련 대책 역시 기만적”이라며 서울 시청광장 집회 개최 등 적극 대응의 뜻을 밝혔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방북허용 촉구 및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따른 실질피해 보상 촉구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섭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중단 이후 정부의 ‘믿고 기다려 달라’는 말에 계속 기다렸다”며 “그러나 이어지는 정부 조치를 보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사이비 대부업자도 아니고 정부가 어떻게 국민과 피해 기업들을 상대로 이럴 수 있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정부가 그동안 마치 막대한 지원금을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준 것처럼 국민들에게 발표해 왔지만, 그 지원이라는 것은 사실 대출”이라며 “그 대출 금액도 기업들의 실제 피해와 차이가 크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부터 두 달여간 진행한 기업 피해 실태 확인 결과,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기업들의 피해액은 총 7779억원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측은 “조사 과정에서 수시로 기업 의견을 수렴하고 조사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서류를 전문회계법인이 검토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정부가 반영했다는 의견은 비대위 건의 내용 가운데 극히 미미한 부분이고 피해 금액 산정과도 관련성이 적은 내용”이라며 “또 회계법인이 충분히 자료를 검토했는지도 의문스럽다. 실태조사는 피해액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지 회계감사는 아니지 않냐”고 지적했다.
또한 정 위원장은 수출입은행이 최근 입주기업들에 발송한 ‘확약서’를 공개하고 “정부가 지원 대신 대출을 해주면서 모든 책임은 입주기업에게 떠넘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확약서에는 '당사는 거래처 소유의 유동(재고)자산 피해와 관련해 발생한 제반 문제에 대해 정부의 지원 기준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토록 노력하며, 원만한 협의·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사유로 발생하는 ‘민·형사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입주기업들이 정부의 갑작스런 공단 폐쇄 결정으로 협력업체들에게 10억원 가량 빚을 졌는데, 정부가 그 중 최대 7억원만 대출해준다는 식”이라며 “그 7억원으로 빚을 갚고, 3억원이 부족해 발생하는 모든 법적 문제를 책임지라는 것인데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위원장은 “입주기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권고와 보장을 믿고 공단에 들어갔지만, 법에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하루아침에 공단 가동이 중단됐다”며 “길거리 점포 폐업에도 절차가 있고 보상책이 있는데, 이건 상식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앞으로 국회 여야 정당을 찾아 ‘특별법 제정’이나 ‘상시 청문회법’을 통해 입주기업들에게 법 테두리 안의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또 집회를 열어 개성공단 재가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오는 14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보상 및 개성공단 재가동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다. 집회 후 서울정부종합청사로 이동해 호소문도 낭독할 예정이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