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곤 경제부 기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주한미군 배치가 결정되면서 한국의 안보환경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이들 국가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군사적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드는 안보 문제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큰 불확실성 요인으로도 작용할 것이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해 왔다. 이번 결정 이후 중국은 사드가 실제로 배치될 경우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럴 경우 당장 중국과의 무역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한국 수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의 26%가 중국에서 이뤄졌고, 세계 경기 침체와 더불어 중국도 내수 강화의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의 수출은 급감하기도 했다.
정부는 주력 수출품이 부진하자 화장품과 의약품 등 소비재 중심의 수출 전략을 연이어 내놨고, 이 정책의 핵심 대상은 바로 중국 시장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양국의 교역이 더욱 커질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드 배치를 계기로 양국 외교 관계가 급랭하면 경제에도 부정적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아예 '한중관계가 끝났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런 관계 속에 중국이 한국과의 무역이나 중국 진출 기업 등에 어떤 방식으로든 조치를 가할 우려가 염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중국은 과거에도 국가 차원에서 경제와 통상 문제에 관여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00년 한국 정부가 농가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중국산 마늘의 관세율을 높이자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 시켰고 더욱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미 국내 산업계는 바짝 긴장한 상태다. 특히 화장품과 의류 등 소비재 업체들은 중국 특수가 사라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요우커'의 발길이 끊어지면 당장 국내 관광과 유통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제를 책임지는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사드 배치 논의를 공식화한 지난 2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양국의 교역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형환 산업통상부 장관도 '사드 배치 문제와 경제는 분리해서 움직인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에도 이에 대한 공식적인 대응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어려움을 정작 주무 부처에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이해곤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