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하반기 국내 산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인한 유럽의 정세 불안, 중국·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보호주의 색채 강화, 글로벌 분업 약화 등이 이유로 꼽혔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경제 둔화 원인으로 '불지않는 무역풍'을 지목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10여개 업종별 협·단체와 공동으로 '하반기 산업기상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건설과 정유·유화는 '구름 조금'으로, IT·가전, 자동차, 기계, 철강, 섬유·의류는 '흐림'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선업종은 계속되는 수주 가뭄에 '비'가 예보됐다. 특히 조사 시점에 사드 배치로 인한 한·중 무역마찰 등 대중국 수출전선의 타격과, 일본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엔저 등 아베노믹스 강화가 배제돼 기업들의 고충은 한층 더해질 전망이다.
대한상의 하반기 산업기상도 현황. 자료/대한상의
'대한상의 산업기상도'는 업종별 실적과 전망을 집계하고 국내외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분석해 기상도로 표현한 선행지표다. 맑음은 매우 좋음, 구름 조금은 보통, 흐림은 어려움, 비는 매우 어려움으로 해석된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하반기는 브렉시트, 신중상주의 외에도 불확실성이 큰 기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전략 수립과 구조개혁, 규제개선 등을 통해 우리경제의 혁신역량을 키우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 종심제·저금리 효과…정유·유화, 수출상승 탄력 기대
업종별로 보면 건설은 저금리와 공공건설 수주효과 등에 힘입어 가장 양호한 성적이 기대된다. 300억원 이상 공공건설 시공사를 선정하는 '종합심사낙찰제'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세부규정 미비로 상반기 7조9000억원 규모의 공사가 하반기 이후로 미뤄진 것이 기대 요인이다. 다만 구조조정 여파로 지방 내수 위축과 함께 브렉시트발 해외수주 불안은 부정적 요인이다.
건설과 함께 '구름 조금'으로 예보된 정유·유화도 저유가 기조 지속으로 전체 수출의 상당부분(80%)을 차지하는 아시아지역 석유제품 수요가 꾸준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분석됐다. 2분기 아시아지역 휘발유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항공유는 15.4% 증가했다. 유화업계의 전통적인 수출 품목 '에틸렌'도 해외 경쟁사들의 신규투자 축소로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중국 경기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도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발 정세불안 'IT'·신보호주의 '철강'·중국 리스크 '기계·섬유'
IT·가전은 EU 정세 불안이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인 7%로 떨어진 데다, 브렉시트 진원지인 유럽으로의 수출이 전체의 20%에 달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요 감소와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다만 플렉시블 대형 LCD의 꾸준한 수요 증가로 디스플레이 매출 전망은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은 신보호주의의 여파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과세를 부과하면서 우리나라에도 50%의 관세를 매기는 '통상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브렉시트로 인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경우 원자재 수입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다만, 중국내 철강산업 구조조정으로 공급과잉이 진정될 수 있어 기대 요인도 있다.
기계와 섬유·의류 업종도 중국 리스크로 난항이 예상된다. 중국은 기계업종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동시에 세계 최대 섬유 수입국이다. 중국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자동차는 중남미, 중동으로의 수출 감소가 예상되는 점이 부정적이다. 신흥시장의 경기침체로 수출이 계속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판매 증가세를 이끌었던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역시 우호적 환경과 거리가 멀다. 업계가 희망을 두고 있는 부분은 브렉시트로 인한 엔고 현상으로, 경합도 높은 일본 차에 대한 가격경쟁력 향상에 대한 기대가 컸다. 다만 1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함에 따라 엔저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의 강화는 이 같은 기대를 상쇄시킬 수 있다.
'수주절벽' 조선…유럽발 불안요인까지
조선업종은 국지성 호우가 예상됐다. 한국, 일본, 대만 등이 제조한 부품을 중국, 베트남 등이 조립·생산해 수출을 하는 글로벌 분업고리가 약화돼 물동량이 줄었고, 선박 수주 역시 동반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대비 30% 이상 감소했고, 특히 상반기 한국의 수주량은 88% 급감했다. 여기에 선박 발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로 기존 계약 취소 가능성도 높아졌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가치사슬로 물동량 증가 덕을 봤던 한국 조선업에 냉정한 점검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