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이란산 원유 도입 증가세가 5개월 연속 지속되면서 경제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체 원유 수입량이 늘어난 데다, 정유사들이 도입처 다변화 전략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란산 수입량을 늘린 결과다.
1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정유업계가 지난 5월 들여온 이란산 원유 물량은 전달 대비 39% 증가한 982만2000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린 지난 1월 이후 최대치이자, 5년 만에 최대치다. 이에 따라 올 1~5월 전체 원유 도입량 가운데 이란산 비중은 8.9%로 늘어나며, 경제 제재 이전인 2011년( 9.4%) 수준에 가까워졌다. 이란산 원유 도입 단가는 지난 2월부터 사우디, 쿠웨이트 등 다른 중동 국가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4년 이란 테헤란의 정유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자전거를 타고 공장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특히 국내 정유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096770)은 일찌감치 이란산 원유 비중 확대에 나섰다. 자회사 SK인천석화는 올해 1~5월 국내 업계에서 가장 많은 1646만배럴을 들여와 콘덴세이트를 기반으로 파라자일렌(PX) 등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같은 기간 SK에너지도 1166만배럴을 들여왔다. 증권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원유 수입량 중 이란산 비중이 10%로 확대될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1500억원 안팎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초경질원유로도 불리는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액상탄화수소로, 이를 정제하면 원유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휘발유·나프타 등을 생산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970만배럴, 한화토탈도 205만배럴을 들여왔다. 그동안 콘덴세이트 대부분을 카타르에서 들여왔던 업계는 이란으로 도입처를 넓히며 원가 경쟁력을 개선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는 국내 정유사들 설비에 잘 맞는 데다, 경제성도 있어 확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