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뷰)'EU 붕괴' 또 다른 뇌관…남유럽 위기

이탈리아 은행들 부실 문제 심각…스페인·포르투갈 제재 인한 갈등
북부·남부 유럽 사이 커지는 격차

입력 : 2016-07-17 오후 12:16:36
[뉴스토마토 유희석기자] 유럽의 연합 체제가 흔들린다. 그동안 쌓였던 각종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연합에 금이 생겼다. 영국이라는 큰 덩어리도 떨어져 나갈 예정이다. 지난달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다. 영국의 신임 총리 테리사 메이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는 브렉시트"라며 독자생존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브렉시트는 큰 도전에 직면한 유럽의 현실을 보여준다. 정치·경제적 충격도 컸다.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모두가 움츠렸다. 
 
브렉시트는 위기의 시작이란 최악의 예상도 나온다. 다른 나라의 EU 연쇄 탈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의 유럽 국가의 경제 상황은 이미 아슬아슬하다. 특히 남부 유럽이 위험하다. 이탈리아의 금융 부문,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재정 불안은 오래된 문제이지만 브렉시트 이후 무게감이 달라졌다. 
 
미국의 전략 정보·분석 예측 전문기업 스트랫포는 최근 보고서에서 남부와 북부 유럽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브렉시트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남부 유럽의 경제 위기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EU가 임시방편으로 당장 위험은 벗어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472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이탈리아의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 규모로 국내 3위의 대형은행이지만 부실채권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이탈리아 은행, 브렉시트로 휘청
 
이탈리아 은행들의 부실 문제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침체, 실업률 증가, 개혁 부족 등으로 막대한 부실채무가 쌓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탈리아 은행권의 부실채무 규모는 3600억유로(약 454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한다. 국가 전체 부채의 약 17%가 환수가 어려운 부실채무로 분류된다. 국가 부채에서 부실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의 유럽 평균은 6%다. 이탈리아의 부실채무가 유럽 평균보다 3배가량 높다. 유로화 사용 19개국을 지칭하는 유로존 전체 부실채무의 절반은 이탈리아 소유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막대한 부실채무로 위태위태한 경영을 이어가는 이탈리아 은행들에 브렉시트 후폭풍은 매서웠다. 1472년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인 '방카 몬테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BMPS)의 주가는 브렉시트 결정 후 약 10일간 45% 정도 폭락했다. 
 
이탈리아의 국채수익률과 유로존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독일의 국채수익률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브렉시트 이후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오르고 안전 자산인 독일의 국채수익률은 사상 최저로 떨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탈리아의 국채수익률은 한때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스페인의 국채수익률보다도 높게 치솟았다. 이탈리아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비싸졌다는 의미다. 현재 이탈리아보다 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는 일찌감치 국가 부도 위기를 겪은 그리스밖에 없다. 
 
이탈리아 정부도 손 놓고 구경만 하는 건 아니다. 올해 초 부실채권 청산을 위해 400억유로(약 50조4700억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불안한 정치 상황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오는 10월 또는 11월에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315명 정원인 상원의원을 100명으로 줄이고 권한도 대폭 없애는 내용을 담았다. 렌치 총리는 이번 국민투표에 자신의 정치 생명도 걸었다. 브렉시트 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물러나며 극심한 혼란에 빠졌던 영국의 사례처럼 이탈리아도 비슷한 길을 걸을 수 있다.
 
(자료:유럽은행연합회)
 
스페인·포르투갈 재정적자 갈등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재정적자 문제를 둘러싼 유럽 내 갈등은 EU 붕괴의 또 다른 뇌관이 되고 있다. EU가 재정적자 규정 위반에 대해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들어서자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EU는 회원국의 재정적자 비율을 GDP의 3% 미만으로 제한한다. 이를 어기면 GDP의 최고 0.2%를 벌금으로 부과한다. 스페인의 재정적자 비율은 2012년 GDP의 10.4%에서 지난해 5.1%로 줄었다. 포르투갈도 2010년 10%에서 작년 4.4%로 재정적자 규모를 낮췄다. 이들 국가의 재정적자 비율은 여전히 EU 기준에 미달한다. 
 
EU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적자 비율을 절반 이상 줄였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EU가 강도 높은 긴축 조치를 강요하면서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북부 유럽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대한 엄격한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위험한 선례를 남길 것으로 우려한다. 반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EU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제재 조치가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스트랫포는 EU가 유럽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남부 유럽의 경제 위기를 도울 수도 없고 마음껏 제재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유희석 기자
유희석기자의 다른 뉴스